피터 카팔디. <사진 = '닥터 후' 스틸컷>

[이코리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는 일을 뜻하는 '덕질'로 행복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마니아, 오타쿠(덕후)라고 부른다. <이코리아>는 독자들을 '마니아 사랑방'으로 초대한다.

전 세계 덕후들의 모범, ‘덕후대장’으로 불리는 덕후가 있다. 바로 스코틀랜드의 유명 배우 피터 카팔디(59)다. 그는 반세기 넘게 영국의 SF 드라마 <닥터 후>를 애청하고 있는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닥터 후> 시리즈가 처음 방영된 1963년부터 현재까지 시청하고 있다.

카필디는 <닥터 후>의 팬덤을 가리키는 ‘후비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극성 팬이다. 그는 단순히 <닥터 후>를 시청하거나 미니어쳐를 모으는 일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시리즈의 주인공인 ‘닥터’로 직접 출연하기까지 했다.

카팔디의 배우 인생과 <닥터 후>는 관계가 깊다. 그는 10대 때 <닥터 후> 제작진에게 팬레터를 보냈고, 제작진은 카팔디에게 <닥터 후> 대본을 선물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카팔디는 “그게 내가 처음 만져본 진짜 대본이었고, 그 무렵부터 배우의 꿈을 꿨다”고 밝혔다.

그렇게 카팔디는 배우가 되기 위한 길에 오른다. 그는 초등학생 때 발표한 인형극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며, 고등학생 때는 극장 무대에 올랐다. 대학생 때는 논문 주제로 <닥터 후> 오프닝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카팔디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배우가 됐다. 하지만 주로 조연, 단역을 맡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아니었다. 그는 배우보다 감독으로 더 두각을 나타냈다. 실제로 단편영화 <프란츠 카프카 잇츠 어 원더풀 라이프> 연출을 맡아 아카데미 단편영화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이후 그는 코미디 드라마 <더 씩 오브 잇>의 말콤 터커 역으로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피터 카팔디. <사진 = '디 아워' 스틸컷>

카팔디가 존재감을 전 세계적으로 떨친 작품은 <닥터 후>다. 그는 <닥터 후>와는 뉴 시즌 4에서 카메오로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뉴 시즌 8에 들어 ‘12대 닥터’를 연기하게 됐다. <닥터 후>의 닥터들을 우상으로 삼았던 카팔디가 비로소 우상 그 자체가 된 것이다. 그는 평소 <닥터 후>를 깊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비언들 사이에서 ‘역대급 닥터’라는 평을 받는다. 그는 국내 후비언들에게도 ‘피캅’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팬들의 호응에 힘입어 카팔디를 포함한 <닥터 후> 뉴 시즌 8 주연 배우들은 2014년 내한했다. 당시 카팔디는 <닥터 후>에 캐스팅 됐을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닥터 역을 제안 받고 수십 분 동안 기쁨과 영광에 사로잡혀 웃었다. 드디어 내가 타디스(타임머신)를 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나는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어떤 식으로 닥터를 연기해야할지 고심했다. 결론적으로 본래 닥터가 외계인이라는 점을 살려 좀 더 미스터리하고 호기심 강한 이미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팔디는 지난 7월 종영한 뉴 시즌 10을 끝으로 <닥터 후> 정규 시즌에서 하차했다. 그는 연말 방송 예정인 크리스마스 스페셜 방송을 마지막으로 닥터 역에서 최종 하차한다. 그의 팬들은 <닥터 후>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카팔디의 하차를 아쉬워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차기작에서 어떤 연기를 펼칠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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