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가 그룹사 사돈기업인 삼표에게 ‘통행세’를 몰아준 정황이 공개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참여연대는 27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와 현대자동차그룹 사돈기업인 삼표 간의 일감몰아주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이들 3개사가 원자재 납품과 관련해 기존 거래관계에 개입해 ‘통행세’를 챙기는 등 편법적 행위를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통행세’란 기업집단 내 특정 계열사가 ‘생산→물류→판매’의 거래과정에 끼어들어 수익을 편취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와 삼표는 ‘광업회사→물류회사→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석회석 공급구조에 개입해 ‘광업회사→현대글로비스→삼표→물류회사→현대제철’의 거래구조를 형성해 통행세를 편취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삼표는 석회석 운반과 관련하여 특별한 노하우를 가진 업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계열사들에 의해 거래구조에 끼어들 수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현대글로비스가 삼표에 운송업무를 재하도급해 불필요한 거래단계를 추가했으며, 현대제철 또한 발주자로서의 위치를 남용해 광업회사들에게 현대글로비스를 거쳐 물류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거래단계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통행세는 삼표가 취득했으며, 그 부담은 일부 물류회사의 지입차주들에게 전가됐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행태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제철 주주에게도 손해를 입히는 행위로 ‘회사 기회의 편취’에 해당한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설명이다.

특수관계사를 개입시켜 부당 이득을 편취하고 거래계약을 강요한 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삼표의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지원행위 및 거래상대방 제한에 해당한다. 이를 근거로 시민단체들은 해당 3개사를 공정거래법 제23조를 위반한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대기업의 사익편취를 금지하는 현행 공정거래법 규정은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상장 30%, 비상장 20%)에게만 적용된다. 시민단체들은 “현대글로비스 등이 공정거래법 기준보다 약간 낮은 수준(29.9%)를 유지하며 법 적용을 회피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기업 계열사간의 사익편취는 원칙적으로 금지돼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석회석 납품사가 물류비를 과다 청구한 비리가 적발되고 강원·충청권의 석회석 운송 원가 구조가 불투명해 투명한 물류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어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제철의 석회석 조달물류사업에 참여한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으로 현대제철의 물류 서비스 고도화 및 운송 원가 관리를 통한 물류비 경쟁력을 제고했다”고 반박했다.

사돈기업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삼표는 기존 충천권 광산사 중 한곳의 운송사로 현대제철 석회석 물류를 담당하고 있었다”며 “현대글로비스의 석회석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시 타 운송사에 복화물을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을 보유해 경쟁입찰에 의한 실행사로 선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어 “타 운송사에게 삼표 화물의 복화물 연계운송으로 매출을 증대시키고, 25일 현금결제를 통한 운송사 재무 안정화에도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현대글로비스는 또 “실행사로 참여한 삼표는 올해 8월 현대글로비스와 계약을 종료하였고, 현대글로비스는 타 운송사 간 계약 형태로 현재 사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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