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이 저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 중이라는 LA타임즈의 보도. <사진=LA타임즈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조만간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22일(현지시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대부분 최근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동의하며 “경기 전망에 변화가 없으면 (금리인상을)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연준 위원들은 최근의 물가지수 부진에 “장기적인 요인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으나, 다수의 위원들이 금리인상에 동조하고 있어 내달 FOMC에서는 금리인상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미국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 등은 연준이 현재 1.00~1.25%인 기준금리를 0.25%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한국 경제에 미칠 여파도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이후 기준금리를 1.25%선에서 동결해왔다. 연준이 다음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상시킬 경우 한·미간의 기준금리는 지난 2007년 8월 이후 10년 만에 역전될 전망이다.

한·미간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사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국 시장에 비해, 기준금리가 낮은 한국 시장에 투자할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 기준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빠져나가게 될 경우, 해외자본의존도가 높은 국내 주식·채권시장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한국은행은 금리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여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2014년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국내 경제성장률은 3%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 기획재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성장률을 3.0%로 예상하고 있으나, 한국은행 2.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 한국개발연구원(KDI) 2.6% 등 다수의 기관들이 2%대 성장률을 예측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저성장 흐름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가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으로서도 미국 금리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7년 3/4분기중 가계신용(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신용은 2분기보다 31조2180억원(2.2%) 늘어난 1419조127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5% 상승한 것으로, 증가 규모는 올해 2분기의 28조8000억원에 비해 늘어났다.

이처럼 가계부채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상은 부채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최근 들어 신용대출 규모가 크게 상승한 것도 한은의 금리인상 여력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신용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주택담보대출 한도 부족으로 신용대출에 몰린 고위험 차주에게 상환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계부채 부담이 커질 경우 소비심리가 위축돼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금리인상이 해외자본유출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반론도 있다. 연준은 올해 이미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11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되기 전부터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 투자자들도 이미 예상한 것이어서 미국이 금리인상을 해도 곧바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낮을 거라는 것.

한은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2017년 상반기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한·미간 금리역전이 있더라도 해외자본 유출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1999~2001년, 2004년 10~12월, 2005~2007년 등 한미 기준금리 및 장기시장금리가 역전됐을 때 외국인 투자자금은 오히려 순유입됐다”며 “한·미간 장기시장금리가 그간 강한 동조화를 보여왔던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내외 금리차 역전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역전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999년과 2004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상 시점 이후 3개월간 순매수를 유지하다 이후 매도세로 돌아섰다. 2005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을 때도 한은은 약 8개월을 지켜보다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한은이 금리인상을 고려할 시간적인 여유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지, 과거의 전례처럼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해외자본유출을 방지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