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취미가 돈이 되고 직업이 되는 세상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을 뜻하는 ‘덕업일치’를 이룬 마니아, 오타쿠(덕후)들의 세상인 것이다. <이코리아>는 독자들을 ‘마니아 사랑방’으로 초대한다.

닉 우드먼 고프로 CEO. <사진 출처 = 플리커, TechCrunch>

액션캠 브랜드 고프로(Go Pro)의 CEO 닉 우드먼(42)은 ‘서핑 덕후’로 잘 알려져 있다. 우드먼은 취미인 서핑을 즐기다 초보자인 자신도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려 직접 액션캠을 개발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우드먼은 청년시절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엠파워올닷컴’이라는 전자제품 판매업체를 설립했다. 엠파워올닷컴은 2달러 이하의 물건만을 파는 ‘전자제품계의 천원 샵’이라는 테마가 특징인 회사였다. 그러나 우드먼은 아이디어는 기발했지만 경영에 미숙한 나머지 첫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우드먼은 1999년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펀버그’라는 IT마케팅업체였다. 펀버그는 당시 실리콘밸리에 불었던 IT기업 투자 열풍에 힘입어 무려 39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할 정도로 유망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과도한 투자 열풍으로 생긴 거품 경제 현상이 꺼지면서 펀버그는 위기에 직면했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두 차례나 사업에 실패한 우드먼은 큰 좌절감을 느꼈다. 이에 그는 기분전환과 재충전을 위해 고등학교 때 시작한 ‘서핑’을 즐기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떠났다. 우드먼은 서핑을 위해 바다가 가까운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에 진학했을 정도로 서핑에 푹 빠진 덕후였다.

우드먼은 인도네시아 발리 해안에서 서핑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서퍼들이 끈으로 손목에 디지털카메라를 묶고 촬영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 하지만 거친 파도 때문에 카메라가 흔들려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없었다. 이후 미국으로 귀국한 그는 ‘험한 환경에서도 훌륭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상상했다. 이것이 그가 ‘고프로’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었다.

우드먼은 본격적으로 스포츠용 카메라 개발에 나섰다. 그는 몸이나 막대에 고정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우면서, 흔들림에 강하고, 방수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구상했다. 그는 하루 18시간씩 4년간 개발에 매진했고, 2004년 첫 번째 고프로 카메라를 세상에 내놓았다.

<사진 출처 = 고프로 트위터>

우드먼의 세 번째 도전 사업인 고프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고프로는 2004년 미국에서 열린 스포츠 박람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고프로는 당시 한 일본 기업이 100대 발주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매출이 2배 이상 상승했으며, 2012년에는 당해에만 230만대를 판매하며 절정을 맞았다.

고프로는 해가 바뀔 때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2012년 12월에는 전자제품 제작업체 ‘폭스콘’으로부터 약 2억 달러를 투자받았고, 2014년에는 나스닥에 상장했다. 고프로는 현재까지 총 1,000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2014년 기준 1시간에 1,000대씩 팔리고 있는 인기 디지털카메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으로 매년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고프로는 타 카메라로는 촬영하기 힘든 장면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시장에 우뚝 섰다. 전문가들은 고프로의 성공 배경에 대해 ‘360도 촬영, VR 촬영, 드론 촬영 등 시대에 발맞춘 진화, 그리고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과 일반 디지털카메라의 부진 등 외부 요인이 고프로의 롱런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한다.

우드먼은 사업 성공의 비결로 열정을 강조한다. 그는 2년 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열정을 좇다보면 반드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열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열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과거 서핑에 열정을 바쳤고, 그 열정은 내 인생의 진로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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