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마니아, 세계 인터넷 무림시장의 고수 되다

[이코리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는 일을 뜻하는 '덕질'로 행복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마니아, 오타쿠(덕후)라고 부른다. <이코리아>는 독자들을 '마니아 사랑방'으로 초대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사진 출처 = 플리커, won dong hwan>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회장 마윈(53)은 무협소설 마니아다. 그는 무협소설을 통해 얻은 교훈을 기업경영에 응용하며 알리바바를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마윈은 청년시절을 몹시 우울하게 보냈다. 그는 대학 입시에 실패했고, 왜소한 체격과 특이한 외모 때문에 취업 면접에서 서른 번이나 떨어졌다. 당시 그는 우여곡절 끝에 서적을 삼륜차에 싣고 배달하는 일을 얻었다. 그는 일을 하다가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소설가 루야오의 <인생>을 주워 읽게 됐는데, 이 순간이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마윈은 <인생>의 ‘시련을 겪지 않고, 무지개를 보려 하는가’라는 문구에 감명을 받아 다시 입시에 도전했다. 그는 두 번째 입시에서도 실패했지만, 좋아했던 무협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실패에 굴하지 않고 세 번째 입시에 도전했다.

마윈은 세 번째 입시는 성공했지만, 4년제 대학에 갈 성적이 안 돼 전문대 격인 항저우사범대 영어과에 입학했다. 수준급의 영어 실력을 가졌지만 젬병이었던 수학 성적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특기였던 영어를 전공한 덕분에 그는 1988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함과 동시에 대학교 영어강사로 취업할 수 있었다.

마윈은 무협소설에서 흔히 다뤄지는 설정처럼 사람들을 이끌고 싶었다. 이에 그는 강사생활을 하면서 1992년 통역회사 ‘하이보’를 설립해 첫 기업경영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는 대학교에서 촉망받는 예비교수였을 정도로 뛰어난 강사였다. 하지만 인생의 전부를 내걸고 기업을 경영해보고 싶다는 야망을 품고 7년 만에 강사 일을 그만뒀다.

마윈은 직장을 정리한 뒤, 1995년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인 ‘차이나옐로우페이지’를 설립했다. 하지만 당시는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벤처기업으로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1996년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해외 기업들에 밀려 사장 자리를 타사에 내주게 됐다.

마윈은 새 회사를 설립하기에 앞서 자본을 모으고 실무를 배우기 위해 중국 대외경제무역부에 입사했다. 그는 인터넷 네트워크 업무를 담당하며 실력을 쌓았다. 당시 대외경제무역부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 ‘중국 국제전자상거래센터’를 베이징에 세우고 마윈에게 경영을 맡겼다. 하지만 그는 경영에 만족하지 못했다. 중국 공기업 특성상 정부의 개입이 심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1999년 직장을 나와 항저우로 떠났다.

마윈이 본격적으로 인터넷 무림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때부터다. 그는 항저우에서 그간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토대로 1999년 1월 알리바바를 설립했다. 그가 회사명을 ‘알리바바’로 지은 이유는 천일야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설화일 뿐만 아니라, 알리바바라는 캐릭터가 선한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마윈은 직원들이 업무에서 무협소설 속 판타지처럼 상상력을 맘껏 펼치길 바랐다. 이에 그는 무협소설의 세계관을 알리바바에 녹여냈다. 그는 먼저 직원들에게 무협소설의 등장인물 이름을 사내 예명으로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회의실 이름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무협소설 작가 진융의 <의천도룡기> 속 배경인 ‘광명정’으로 명명했다. 회사의 모토는 협객들의 정신인 ‘협력’, ‘의리’, ‘신뢰’, ‘성실’ 등으로 정했다.

알리바바를 ‘무림’으로 꾸며놓은 마윈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비록 창업 초기에는 경영난을 겪었지만, 마윈과 직원들은 기지를 발휘해 불과 1년 만에 회사를 정상궤도로 올렸다. 이에 마윈은 2000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중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현재 마윈은 세계에서 열아홉 번째로 부유한 기업인이자, 세계경제의 주요 인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시장 점유율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전 세계에 5천만여명의 회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거래량은 하루 평균 1억건이 넘는다.

마윈의 무용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격변하는 IT업계에서 알리바바를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머지않아 인공지능(AI)이 인간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다. 우리는 그런 재앙을 대비해야 하는데, 지금의 교육 방식으로는 향후 인간의 일자리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미래사회에서의 경영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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