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 = 뉴시스>

[이코리아] 새 금융감독원장에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내정되자 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이 긴장하고 있다.

최흥식 대표는 하나금융지주 출신이다. 하나금융으로선 당연히 반길 일이다. 학연 지연으로 얽혀 있는 금융계 풍토에서 감독기관의 수장이 친정을 살갑게 여길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최흥식 대표의 등장으로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의 심기가 편치 않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소원한 편이라는게 금융계 안팎의 이야기다. 이유가 뭘까.

최흥식 대표는 참여정부 때 한국금융연구원장으로 일했다. 하나금융과 인연을 맺은 것은 경기고 동문인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천거에서 비롯됐다. 당시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일하던 최 대표는 김승유 회장의 제안을 받고 고민 끝에 수락했다. 김승유 회장으로선 김정태 사장이 영업에는 강하지만 전략 측면에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시너지 효과 차원에서 최 교수를 영입한 것이다.

2010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맡은 최 대표는 김승유 회장이 물러나던 2012년 3월 하나금융지주 사장 자리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임기다.

하나금융 주총에서 김정태 회장은 3년 임기의 회장으로 선임됐고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2년 임기에 선임됐다. 김정태 회장은 2008년 3월부터 2011년 3월까지 3년간 하나은행장을 지냈다. 본인은 3년 임기를 채우면서 후임 행장의 임기는 2년으로 축소한 것이다. 이 결정은 이사회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김정태 회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종준 사장은 하나금융 수장 자리를 놓고 김정태 회장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최흥식 사장과 김종준 사장의 임기가 2년으로 정해진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후 김종준 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14년 12월 하나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흥식 사장도 3개월 뒤 하나금융지주 사장에서 물러났다.

김정태 회장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3번 연속 연임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가능성은 있다. 하나금융 안에서 그를 필적한 경쟁자가 없는데다 실적도 나무랄 바 없기 때문이다. 걸림돌도 있다. 그 걸림돌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 들어 김정태 회장이 ‘외부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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