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시내버스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감차와 노선 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서울시가 버스회사의 문어발식 독과점 경영을 사실상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명의 대표이사가 문어발식으로 버스회사를 운영하면서 시로부터 억대의 연봉을 중복해서 받아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표이사를 허위로 등록해 연봉을 과다하게 받은 곳까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시는 버스회사가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시가 이러한 부분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지는 몰라도 범법행위가 아니라며 버스회사를 두둔하기까지 했다.

18일 시내버스 업체 대표이사 현황과 연봉현황 등의 자료에 따르면 2개 이상의 버스회사에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람은 총 11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 1명은 버스회사 5곳에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관악교통과 삼화상운 등 5개의 버스회사에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조모 씨는 2011년 한 해 동안 각각의 회사로부터 2억9300만원과 1억4400만원, 1억3200만원 등 총 8억57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경성여객과 도원교통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김모씨는 지난 2011년 각각의 회사로부터 1억2000만원씩의 연봉을 받았다. 이 두 회사의 또 다른 대표 김모씨 또한 1억2800만원과 7600만원의 연봉을 각각의 회사로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일여객 등 버스회사 3곳에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우모씨가 지난 2011년 각각의 회사로부터 받은 연봉은 1억3700만원, 7764만원, 8492만원 등 총 2억9900여만원에 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대표이사를 허위로 등록하고 임원연봉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9년부터 시로부터 대표이사 3명에 대한 임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된 김포교통의 경우 이 기간부터 2011년 하반기까지 등재된 대표이사가 2명뿐이었다.

사내이사에 지급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럴 경우 이 회사는 3명보다 더 많은 사람에 대한 연봉을 시로부터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허위로 서류를 꾸몄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일반적으로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람에게만 임원인건비가 지급될 뿐 나머지 사내이사 등에 대해 시는 임원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서울시 관계자에게 확인하자 시 관계자는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에 대한 개선점을 마련했다고 강변했다. 중복지급을 받을 수 없도록 지난해에 조정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복수의 회사에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을 경우 1개 회사에서만 연봉 전액을 가져가고 나머지 회사에서 지급된 연봉은 일정 부분만 가져갈 수 있도록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할 방안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버스 경영 평가에서 과다지급된 사실이 적발될 경우 감점을 하고 금전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게 시가 마련한 제재방안 전부다.

서울시 버스관리과 관계자는 "복수지급 등의 문제로 대표이사들에게 연봉이 과다하게 지급됐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뿐 범법행위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예전에 과다지급됐던 연봉에 대한 환수 조치 등의 제재방안을 시가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시가 표준운송원가에 맞춰 지급한 금액을 버스회사가 운영의 묘를 살려 아낀 뒤 그 돈을 대표들이 더 가져간 것이 크게 문제가 되느냐"며 "매년 수천억원씩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환승할인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내버스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자본으로 운영하면서 오히려 시로부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가 마련한 보완책이 중복 지급되는 연봉의 액수를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 또한 중복지급"이라며 "시가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전하는 만큼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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