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壬辰年)이 저물고 2013년 계사년(癸巳年)이 밝았다. 뱀의 해인 올해는 60년만에 돌아오는 흑사(黑巳)의 해라고 한다.

예로부터 뱀은 지혜로운 영물이자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다. 시민들은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뒤로 하고 지혜의 상징인 뱀처럼 닥쳐올 역경과 어려움을 현명하게 슬기롭게 헤쳐나가길 간절히 기원했다.

◇20대·대학생들 "취업과 결혼 새해에는 모두 이뤄졌으면…"

대학교 졸업반이 된 서혜경(23·여)씨는 "또래 친구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라며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하고 싶다. 빨리 돈을 벌어서 해외여행도 가보고 싶고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한다. 경제가 좋아져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마지막 20대를 보내는 김상민(29)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 신혼부부들을 위해 집값을 안정시켜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김씨에게 가장 큰 관심은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다.

김씨는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7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는데 4%대인 은행 이자만 한달에 28만원씩 내야 할 처지"라며 "5년안에 원금까지 모두 갚기로 돼 있는데 눈 앞이 캄캄하다. '대출인생'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30대·직장인들 "마음에 여유 찾을 수 있었으면…"

사회 초년생인 30대 직장인들은 지난해 불안한 경제상황을 극복하느라 마음고생을 호되게 했다. 그만큼 새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내년 2월이면 아빠가 되는 취업 3년차인 문호인(31)씨는 여느 때보다도 부푼 기대감으로 새해를 맞는다. 하지만 설렘보다는 걱정이 크다. 새로 아이가 태어나면 가족이 늘어난 만큼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문씨는 "새로운 가족이 될 아기의 탄생으로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하다"면서 "일단은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좋겠고 또 아이를 부담없이 키울 수 있도록 경기도 회복됐으면 좋겠다. 새로 태어날 아기에게 행복한 첫 해를 선물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동갑내기 직장인 전태호(32)씨는 올해 경기가 안 좋아 사내 일부 부서가 통폐합되면서 인력이 축소됐다. 또 그 여파로 공장이 중국으로 이전되면서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전씨는 "회사 조직이 축소되면서 일손 부족으로 야근하는 날이 늘어났지만 군소리 없이 회사를 다닐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내년은 경기가 회복돼 웃으면서 직장에 다닐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40대·초등생 부모들 "건강한 사회 됐으면…"

자녀 걱정이 1순위인 40대는 새해 사교육비 걱정을 덜고 아이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랐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홍광덕(41)씨는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사교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새해에는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학교 공부만 충실히 해도 되는 그런 교육풍토가 자리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현장에서 일하는 부인 구정애(40)씨는 "지난해 연일 발생한 아동범죄를 지켜보며 딸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의 입장에서 걱정이 많았다"면서 "아이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치안유지에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50대·자영업자들 "경제난에서 벗어나길…"

50대 가장들이 바라는 새해 소망은 대부분 경제난 해소였다. 새해에는 돈 걱정 없이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김원국(58)씨는 올해 큰 딸의 출가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혼수 등 결혼비용을 지원하려니 앞으로 먹고 살 일이 걱정이다. 또 둘째는 어떻게 시집보낼지 앞날이 캄캄하다.

김씨는 "워낙 불황이다 보니 대목인 연말연시인데도 택시를 타는 사람이 없다"며 "가뜩이나 기름 값도 올라 걱정인데 이럴 때면 로또라도 당첨됐으면 하는 허왕된 꿈까지 꾸게 된다. 새해에는 돈 걱정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대전에서 만두집을 운영하는 박진호(54)씨도 마찬가지다. 자녀들을 대학까지 졸업시켰지만 취업이 안 돼 나이먹은 자녀들의 뒷바라지까지 해야 할 처지다.

자식들 잘 되는 게 소망이라는 박씨는 "방송에서 취업이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내 자식이 취업도 못하고 노는 모습을 보니 직장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실감이 간다"며 "장사도 잘 안 되는데 내년에는 뭔가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60대·노년층 "자식들 잘 됐으면"

60대 이상 노년층은 새해 소망으로 가족들의 행복을 첫 손에 꼽았다. 또 올해 들어서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서울 문정동에 사는 최승호(72·여)씨는 "아들 딸 하는 일 모두 잘 되고 손주들도 공부 잘 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며 "또 가족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내수동에 사는 안병모(80)씨는 "무엇보다도 경제가 잘 됐으면 좋겠다"며 "큰 아들이 장사가 잘 안 돼서 힘들어하는데 올해는 경기가 좀 풀려서 아들이 웃는 모습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에 사는 주부 송민정(62)씨는 "올해에는 제발 정치인들이 싸워서 나라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안 봤으면 좋겠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화합의 정치를 펼쳐서 나라를 평안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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