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식 의원 "가을 정기세일과 차이 없어…졸속 행정"

▲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첫날인 지난 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강주희 기자

【서울=이코리아】 =  정부가 내수 증진을 위해 추진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오영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대규모 할인행사로 홍보했던 것에 비해 소비자의 반응이 좋지 않다"며 "가을 정기 세일과 별 차이가 없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떠올렸던 이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지난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진행되는 대규모 할인행사다. 정부가 주도 하에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2만6000여개 점포가 이번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할인행사라는 정부의 홍보와 달리 ‘속 빈 강정’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치지 않아 곳곳에 허술함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의 행사 준비 기간은 한달 반. 최소 1년을 준비하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대조적이다.

◆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가 ‘더 저렴’

모호한 할인 가격도 문제다. 이번 행사에서 최대 50~70%의 할인이 적용된 상품은 극히 일부다. 상품 대부분이 가을 정기 세일 수준 가격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정가를 부풀린 후 할인율을 적용해 할인 효과가 거의 없는 사례도 나왔다.

실제로 LG전자 43인치 풀HD TV (모델명 43LF5400)은 정가 172만원보다 43% 저렴한 96만원9900원에 나왔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54% 싼 78만200원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 가격보다 약 20만원 비싼 가격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가격으로 책정된 셈이다.

▲ LG전자 43인치 풀HD TV (모델명 43LF5400)가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인터넷 쇼핑몰 화면 캡처) 강주희 기자

정가 319만원짜리 LG냉장고(모델명 RF915HBSS)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18% 할인해 295만원에 팔리고 있지만 이 제품 역시 온라인 쇼핑몰 최저가는 216만3340원이었다. 해태제과의 홈런볼은 정가 1290원보다 90원싼 1200원, 농심 알새우칩(68g)은 980원에서 74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외에도 한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등산화는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20%쿠폰이 발행되자 제품의 가격이 상승해 오히려 원가보다 비싸지기도 했다.

◆ 홍보에만 치중… 불편은 뒷짐

뿐만 아니다. 정부의 과도한 홍보 비용도 지적됐다. 정부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공식 홈페이지 개설에 1500만원을 들였다. 홈페이지 운영기간은 2주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행사에 참여 중인 전통시장의 할인 내역이나 홍보 이벤트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3단계를 거쳐 파일을 다운받아야 한다. 회원 가입 절차도 복잡한 편이다.

오영석 의원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유통구조는 다르다"며 "행사를 과도하게 홍보한 산업부의 탁상행정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에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실질적으로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할인행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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