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제품·명품 애초 할인대상 제외…“삼겹살도 몇백원 싸더라”

▲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행사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서울=이코리아】 =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1일. 이마트를 찾은 박정란(58)씨는 실망감을 토로했다. 기대와 다르게 할인 품목은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박씨가 이날 구입한 물품은 등산용 티셔츠 한 벌. 겨우 하나 건졌다는 게 쇼핑 소감이다. "할인 매장이 드문드문 있어서 찾기 힘들고, 티셔츠 사이즈도 XS, XXL뿐이라 한 눈에 봐도 재고 상품이더라고요.“

박씨와 함께 쇼핑을 하러 온 길순화(57)씨도 "일반 세일보다 못한 것 같다"며 "몇 백원 싸게 판매하는 게 무슨 블랙프라이데이냐"며 불만족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영 미지근하다. 대대적인 사전 홍보에 비해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내수 회복을 위해 10월 1일부터 14일까지를 코리아 프라이데이로 지정하고 홍보에 나섰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2만6000여개의 국내 유통업체가 이번 행사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추석 대목으로 살아난 소비 심리를 이어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였다.

그러나 기대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 대부분이 유통업체들이라 질 좋은 제품의 할인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또 블랙프라이데이의 핵심 품목인 고가 가전제품과 명품이 할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를 채우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 LG 등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은 일부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다는 방침이지만 할인 폭은 20~3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전자제품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품목에서 제외시켰다.

◆서투른 준비에 할인 행사 취지 무색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 하루 만에 볼멘 소리를 듣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조급함이다. 연초부터 할인 염두를 두고 품목을 조정했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경기 회복을 시키겠다고 발표한 바람에 업체들의 준비가 미미했다. 정부 스스로 미흡한 행사를 자초한 셈이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정부의 블랙프라이데이 준비 기간이 한 달도 채 안 됐다”며 “겉으로는 굉장히 많이 참여하고 큰 행사 같지만 실제로는 촉박한 시간에 기획된 정부의 의도적인 할인 행사”라고 꼬집었다.

▲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의 미흡성을 꼬집는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할인율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클라스’라며 롯데마트의 블랙프라이데이 매대 가격표가 공개됐다. 롯데마트는 해태제과의 초코과자 홈런볼(400g)을 정가(1290원)보다 90원 싼 12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국내산 냉장 삼겹살(100g·냉장)을 정가 1750원보다 350원 싼 1400원에, 국내산 목심(100g·냉장)을 440원 저렴한 1760원(정가 2200원)에 판매 중이다. 국내산 한우 부산물은 이마트 신세계 포인트 카드로 구매해야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횡성한우 부산물 패키지 상품은 할인에서 제외됐다.

업계 종사자들은 “대형마트의 할인 품목 수와 할인 폭은 평소 일상적으로 각 마트가 진행하는 전단지 할인 행사 등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백화점들도 마찬가지다. 정기 세일의 할인폭과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폭에 큰 차이가 없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가을 정기세일에서도 점포별로 아웃도어, 잡화 등을 최대 70%까지 싸게 판매한 바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매장 내 입점한 전 브랜드에 대해 할인 동참을 강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이처럼 일괄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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