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11시15분부터 약 100분동안 열린 '2012 대선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TV 토론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22일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 후보가 본인의 정치적 경륜을 바탕으로 토론의 흐름을 주도했다고 평가한 반면, 한편에서는 안 후보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로 진솔하게 토론에 임했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문 후보가 우세했다고 평가한 전문가들은 문 후보가 '맏형'처럼 토론을 이끌었으나, 안 후보의 경우 다소 '질문자'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문 후보가 다소 적극적인 모습과 안정감을 보인 측면이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토론을 주도했다. 이는 경험 및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맏형 프레임' 속에서 마치 형(문 후보)과 동생(안 후보)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메시지를 떠나 풍기는 분위기에서만 보면 문 후보가 다소 우세했다"며 "안 후보는 교수 출신이라 그런지, 따지고 질문하는 스타일이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안 후보가 정치 무관심 층에 의존해 호소하기보다는 이제는 구체성을 드러내야 한다. 아직도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만 내놓고 있다"며 "정책 대안과 구체성이 약했고, 대선이 1달 남은 상황에서 아직도 정치 회의적 정서에 의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조직 기반이 없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도 본인의 철학과 소신을 충분히 부각시켰다는 점을 높이 샀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문 후보의 경우 국정 운영 경험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는데 오히려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며 "반면 안 후보는 무소속에 조직도 없어 준비, 자질, 능력 면에서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생각보다 잘 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안 후보에게 정책적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어제 토론회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벌인 토론이 아니다"라며 "이미 두 후보가 정책적 합의를 해 놓고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 입장과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 후보가 '단일화 협상 과정' 및 '새정치 공동선언' 등의 주제를 놓고 안 후보와 설전을 펼칠 때 다소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희웅 실장은 "아름다운 파트너, 단일화 협상 강조했는데 문 후보가 상대 후보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부각시켰다"며 "문 후보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 파트너에 대한 존중 등의 부분에서 다소 부자연스러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예의갖춘 토론이었다. 문은 논리적 접근을, 안은 감성적 접근을 했다. 위트 전무라 재미는 없었으나 의미는 있었다"며 "둘 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어 "짧았지만 서로 짚을 점은 다 짚었다. 서로 '구존동이'(求存同異)하며 같이 가야 함이 확인됐다"며 "문 후보과 안 후보 중 박근혜 후보와 토론을 하면 누가 잘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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