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꼽은 한국사회 저출산 원인 3가지 확인해보니

2022-12-06     임해원 기자
연도별 출생아 수 및 합계출산율 추이. 자료=통계청

[이코리아] CNN이 지난 4일(현지시간)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대한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CNN의 분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저출산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CNN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는 일반적으로 높은 부동산 가격, 교육비 및 점증하는 경제적 불안 등 젊은 층이 가족을 꾸리지 못하게 하는 경제적 요인이 지목된다”며 “하지만 이 문제는 역대 정부가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입해도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CNN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어린이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16년간 인구 증가를 위해 2000억 달러(약 260조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하지만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윤석열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논의할 위원회를 구성하고 더 많은 재정지원을 약속하는 등 (과거와) 비슷한 대책을 내놨을 뿐,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저출산이 경제적 요인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고 강조한 CNN은 “부모가 되기로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경제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며 ▲이성애·결혼제도 외부에 있는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여성의 희생을 강제하는 가부장적 가족문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렵게 만드는 노동문화 등 세 가지를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코리아>는 저출산의 추세와 원인, 정부의 대응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한 CNN의 보도가 통계적 지표로 드러난 한국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지 알아봤다.  

◇ 한국의 '정상가족' 집착, 결혼제도 밖 출산 어려워

CNN은 한국에서 출산은 결혼과 이성애로 구성된 ‘정상가족’에게만 기대되는 것이라며, 한부모 가정이나 미혼모, 동성 커플 등에 대해 한국 사회가 여전히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한국에서 독신 여성이 체외수정(IVF) 치료를 받거나, 미혼·동성커플이 아이를 입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출산이 남성과 여성의 혼인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적으로 보면 혼외출산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은 다른 국가에 비해 심각한 편이다. 실제 OECD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한국의 혼외출산 비중은 2.2%로 회원국 중 최하위였으며, 그 다음은 일본(2.3%), 터키(2.9%), 이스라엘(7.5%) 등의 순이었다. 종교·문화적 이유로 혼외출산을 금기시하는 국가는 많지만, 한국의 수치는 독보적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혼외출산 비중이 낮을수록 출산율도 낮은 경향을 보였다. 실제 OECD 평균(40.7%)보다 혼외출산 비중이 높은 21개국의 평균 출산율은 1.65명으로, 평균보다 낮은 21개국 평균(1.59명)보다 0.05명 많았다. 혼외출산 비중이 50% 이상인 13개국(1.69명)과 30% 이하인 11개국(1.58명)의 차이는 0.11명으로 더 컸다. 

물론 혼외출산이 저출산의 해법이라고 단순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보다 정상가족에 대한 집착과 혼외출산에 대한 편견이 강한 사회라는 사실은 통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CNN이 4일(현지시간)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분석기사를 보도했다. 사진=CNN 홈페이지 갈무리

◇ 여성 희생 강요하는 가부장적 문화 여전

CNN이 지적한 또 다른 저출산의 사회적 원인은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문화다.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은 CNN을 통해 “가부장적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는 여성에게 너무 큰 희생을 강요한다”며 “그래서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고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희경 홍익대 법학과 교수 또한 “아내가 남편보다 돈을 많이 버는 부부를 많이 알고 있지만, 퇴근 후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고 남편에게 정서적 지원까지 제공하는 것은 바로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성별 간 가사노동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사회다. OECD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일평균 무급노동(돌봄·가사·육아 등)시간은 215분으로 남성(49분)의 4.39배였다. 이는 조사대상 34개국 중 일본(6.79배), 터키(5.5배)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OECD 평균(1.93배)과는 큰 격차가 있다. 반면, 유급노동시간은 남성(419분)이 여성(269.4분)의 1.56배였다. 여전히 한국은 남성이 일하고 여성이 가사를 담당하는 전통적인 성별분업이 견고하게 자리 잡은 사회라는 것. 

국내 조사 또한 같은 결론을 보여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사·돌봄을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부담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68.9%였다. “반반 부담”은 26.8%, “남편이 주로 부담한다”는 겨우 4.2%에 불과했다. 맞벌이 부부로 한정해도 아내가 가사·돌봄을 주로 담당한다는 응답이 60%(여성 65.5%, 남성 59.1%)가 넘었다.

◇ 육아휴직 쓰기 눈치 보이는 노동문화도 저출산 원인

CNN은 설령 가사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한국 남성이 있더라도 한국의 노동문화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노동환경이 저출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

한국의 노동시간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긴 편이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5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평균 근로 시간(1716시간)보다는 199시간 많은 것이다.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멕시코(2128시간), 코스타리카(2073시간), 콜롬비아(1964시간), 칠레(1916시간) 등으로 중남미 국가들뿐이었다. 

육아휴직 활용률도 상당히 저조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표한 ‘육아 패널티의 현실,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아이를 낳은 부모 중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자는 총 31만9101명이었지만, 이 가운데 실제 육아휴직을 쓴 사람은 6만8863명(21.6%)에 불과했다. 이는 육아휴직 관련 자료가 공개된 OECD 19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출생아 100명당 여성은 21.4명, 남성은 1.3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반면, 육아휴직 활용률이 가장 높은 스웨덴의 경우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을 하는 여성은 380명, 남성은 314.1명(출생아 1명에 대해 육아휴직을 여러 차례 나눠 쓴 횟수도 포함)으로 집계됐다. OECD 19개국 평균은 여성 118.2명, 남성 43.4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