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전라남도 화순의 아산초등학교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폐교를 막기 위해 학교로 전학 오는 가정에게 관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시험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무료로 살 수 있는 집만 제공했을 뿐인데, 전국에서 이 학교로 전학을 왔고, 학교는 폐교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비슷한 사례로 남해 상추초등학교는 남해군 및 교육청과 협력해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에게 최신 시설을 갖춘 고급 주택을 싸게 임대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2년 전 30여 명이었던 학생 수는 올해 60명으로 늘었고, 폐교 위기에서도 벗어났다고 한다. 

젊은 가정이 삶을 살아가기에 최소한으로 갖춰져야 하는 3요소를 꼽으라면, 주거, 일자리, 교육이다. 어떠한 형태든 발붙이고 살 집이 있어야 하겠고, 벌이가 있어야 먹고 살 수 있으며, 자녀를 가르치는 일 또한 가정의 존재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젊은 가정들은 주거지를 고려할 때, 이사를 가야 할 때, 주로 이 세 가지 요소를 면밀히 살핀다.

위 3요소를 지자체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면, 만일 어떤 지자체가 젊은 가정들의 유입을 유도하고 싶다면, 주거 문제, 일자리 문제, 교육 문제가 원활하게 풀리도록 도움을 주는 데에 힘써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기본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데에는 일자리와 교육의 요소가 크다. 도시로 가면 더 나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사는 경우, 벌이가 늘어나는 만큼 주거비도 높아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도시의 일자리가 경제적 풍요로움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한편 교육 문제와 관련해서는, 도시의 교육 환경이 주는 다양한 선택지를 선호하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시골 학교가 주는 여유와 소박함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가정들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런 가정들에게는 도시의 거주 환경이 덜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만일 도시의 높은 주거비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화순의 아산초등학교와 남해의 상추초등학교는 바로 그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준 것이다. 주거 문제만 해결된다면, 같은 돈을 벌어도 심지어 좀 적게 벌어도 보다 여유 있게 살 수 있겠다는 계산을 해 볼 수 있다. 교육 문제야 시골 초등학교가 도시보다 못할 것 없다는 것이 적지 않은 젊은 부부들의 생각이다. 

화순과 남해의 사례처럼 지자체가 집을 임대해 주는 일 외에 추가적으로 그리고 보다 혁신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주택 소유 및 토지 사용 권한에 대한 부분이다.  

필자는 평생 도시의 집들을 전전하다 수 년 전에 난생 처음으로 시골에서 주택이란 것을     소유하게 되었다. 30평이 안 되는 시골집에, 마당, 그리고 텃밭. 이 세 요소가 삶을 얼마나 평화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지를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내 집에 내 맘대로 못을 박을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큰 정서적 안정이 되는지, 아이들이 집 안에서 징징댈 때 마당에만 나가도 금방 환기가 되어 기분이 달라지는 일은 또 얼마나 신기한지, 텃밭에서 자라나는 작물과 풀과 꽃,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개구리와 나비와 벌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가 되어 매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살았던 나로서는, 살아보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일들이었다. 

내 집을 갖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그렇기에 국가가 모든 것을 소유하는 제도는 부자연스럽다. 한편 한 가정이 집 여러 채를 소유할 수 있도록 조장하는 제도 역시 문제가 있다. 누군가는 자기 집을 갖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우리 사회의 가정들이 골고루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비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거기에 청년이건 노인이건 자기 손으로 집을 짓거나 자기 땀으로 땅을 일구며 살아보고 싶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토지와 함께 주택 건물을 구입하거나 건축하는 데에는 큰돈이 든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토지 구매 비용만 덜어 주어도, 그들의 짐이 한결 가벼워진다. 지방으로의 분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자체의 재정으로 토지를 구매하고 그 땅을 시민들에게 적은 비용으로 장기 임대(수십 년)를 해 주어 시민들이 움막이든 궁궐이든 자기 손으로 자기 집을 지어 살 수 있게 돕는다면, 지자체는 인구 유입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혹 나중에 그들이 해당 지역을 떠나게 되더라도 토지는 여전히 지자체의 소유이므로 지자체로서는 손해 보는 일이 없다. 떠나는 이는 토지 위의 자기 건물만 다음 사람에게 팔고 가면 된다.

국내외의 연구 결과들은 가정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들었을 때,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단순히 집을 산다고 출산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주택 구매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서 대출 빚 상환 대한 부담이 생기는 경우 오히려 출산율은 낮아진다. 출산 결정에 있어서도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드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은 지 오래이다. 그 주택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사회의 모든 가정이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어떻게 제도를 구비할 것인가가 우리 사회의 숙제이다. 이 기본 숙제가 해결되었을 때, 기본 소득 논의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돈 쓰기 전에 일단 어디에 누워 잠은 자야 할 것 아닌가?

보통 어느 가정이 주거 문제가 해결되어 재정에 여유가 생기면, 다음으로 자녀 교육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미래 세대 교육을 위해서도 주거 문제 해결이 우선인 것이다.

[필자 소개] 이송용 순리공동체홈스쿨 교장, 전 몽골국제대학교  IT 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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