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블룸버그 통신 공식 트위터 갈무리
출처=블룸버그 통신 공식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블룸버그 통신이 한국을 국가부도 위기 50위 국가에 포함시켜 주목을 끈다. 포함시킨 사유가 뭔지 살펴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7일(현지시간) 스리랑카에 이어 많은 신흥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금리 인상, 달러 강세 등 세계 경제환경 악화로 25조 달러에 달하는 부실 부채 더미가 개발도상국들에게 연속적인 디폴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지수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채무에 어려움을 겪는 수준에서 거래되는 신흥시장의 수가 지난 6개월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디폴트 가능성이 있는 19개국에는 약 9억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스리랑카나 레바논과 같은 일부 국가는 이미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다.

기사에는 50개 신흥국의 부채 취약성 순위를 정리한 표가 실렸다. 여기에 한국은 47위를 기록한 것. 1위는 엘살바도르, 뒤를 이어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등이 디폴트 가능성이 큰 국가들로 꼽았다.

이 소식은 지난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국가 부도, 파산 가능성이 높은 50개 국가를 뽑았는데 대개 우리가 알고 있는 엘살바도르, 가나 같은 가난한 국가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에 포함됐다”는 발언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 국가 중 국가 파산 가능성이 높은 50개 국가를 뽑은 것은 아니다. 개발도상국들 중 국가 부채 취약성 순위를 선정한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해 7월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공식 지위를 변경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국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10위를 차지했다. 세계무역규모로는 전 세계 7위인데, 한국이 신흥국으로 분류된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지수데이터의 차이다. 지수데이터 공급사인 FTSE와 SPGI는 우리나라를 선진국, MSCI는 신흥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이번 국가 부채 취약성 순위는 전 세계가 아닌 신흥국 50개국에 한정했으며, 블룸버그 데이터는 우리나라를 신흥국으로 분류해서 47위로 나온 것이다. 

해당 표는 블룸버그 통신이 전 세계 신흥국들 중 50개국을 꼽아 국가 부채 취약성 순위를 선정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IMF, CMA 등의 자료를 취합해 ▲최근 국채 수익률 ▲최근 5년간 CDS(신용부도스왑) 수수료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채이자비율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 등을 분석해 순위를 매겼다. 

블룸버그통신이 선정한 신흥국 50개국의 국가 부채 취약성 순위. 한국은 47위를 기록했다. 출처=블룸버그 통신 갈무리
블룸버그통신이 선정한 신흥국 50개국의 국가 부채 취약성 순위. 한국은 47위를 기록했다. 출처=블룸버그 통신 갈무리

기사에 한국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 따로 지적한 부분은 없다. 다만 중국, 인도, 멕시코, 브라질과 같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개발도상국은 견조한 외형적 재무제표와 높은 외환 보유고를 보여서 안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표에 따르면 한국은 그보다 안정적인 것으로 나온다. 

또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4bp로, 50개 신흥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으로, 대표적인 부도위험 지표다. 해당 국가 경제의 위험이 커지면 CDS 프리미엄도 올라간다. 자료대로라면 한국의 국가 파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한국 경제가 안심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올해 1월만 해도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던 5년물 기준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21bp대였다. 1년도 채 안 된 상태서 50bp대로 올라선 셈이다.

한국 CDS 프리미엄이 50bp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할 때로, 지난 3월 27일 한때 56.09bp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융연구원 김현태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미국 통화긴축 가속화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CDS 프리미엄 상승이 지속될 시 GDP는 연간 0.3% 떨어지고 환율은 최대 약 6%가 오를 수 있다”면서 “미국이 만약 기준금리를 4.5%까지 올리고 시장 불안이 확산돼 CDS 프리미엄 지수가 오르면 한국 GDP는 첫해 연간 1.2% 하락하고 환율은 최대 24%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교역조건의 악화를 초래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 확대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대외 건전성 악화 및 자본유출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20원마저 넘어서면서 한국 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5일 오전 9시 7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1원 오른 1320.2원에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30일 이후 13년 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고환율의 지속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높아진 물가 수준을 더 끌어올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기준으로 전월 대비 0.5% 상승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가격이 비싸지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황에 압력이 커지는 것이다. 반면 원화 가치는 하락했지만 이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달러 외 다른 나라 통화가 같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9%를 넘기자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7월 말 기준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올릴 가능성에 크게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의 이탈 흐름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코스피에서만 17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1년 8개월 만에 2300대로 밀어냈다. 

블룸버그는 지난 4일에도 한국·대만·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 등 아시아 주요 7개국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2분기(4~6월) 이 국가들에서 빠져나간 글로벌 펀드 자금은 약 400억달러(약 52조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규모라고 전했다. 

최근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에 그치고 내년은 -0.8%로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일 '2022년 하반기 한국 경제 및 주식시장 전망'을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한국은 올해 3분기부터 침체가 시작돼 내년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 혹은 침체를 가져오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