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관련 공약 발표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여야 대선후보가 나란히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강조하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설을 공약했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시장 상승세가 둔화되던 와중에 공약으로 인해 집값 상승도 우려된다. GTX가 가격 상승의 단초는 맞지만 구체적 계획이 부재한 공약만으로는 큰 호재가 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양당 대선 후보가 내건 GTX 공약의 큰 골자는 비슷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GTX-A·C·D 노선 연장 및 E·F 노선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기 GTX 3개 노선 추가 건설’ 공약을 발표했다. GTX 기존 노선을 연장하고, 3개를 추가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우선 이미 공사 중이거나 사업이 확정된 GTX-A노선은 기존 운정~동탄에서 운정~평택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B노선(송도~마석)은 기존의 경춘선을 활용해 춘천까지 연결하고 C노선(덕정~수원)은 북쪽으로는 동두천, 남쪽으로는 평택까지 연장한다.

GTX-D노선(김포~부천)을 수도권 남부에서 동서를 잇는 김포~대장~신림~사당~삼성~하남~팔당 구간으로 확대한다. 또 삼성역에서 분기해 삼성~수서~광주~이천~여주를 잇는 노선도 추가한다. 

E노선은 인천~김포공항~정릉~구리~남양주를 잇게 된다. 김포공항~구리 구간은 새로 건설하고 나머지 구간은 기존 공항철도와 경의중앙선을 함께 사용한다.

F노선은 고양~안산~수원~용인~성남~하남~의정부~고양을 잇는 순환선이다. 성남~고양 구간은 신설하고, 나머지 구간은 서해선과 수인분당선을 활용하게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4일 ‘GTX 플러스 프로젝트’ 공약을 발표하며 수도권 30분대 생활권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은 기존 GTX-A·C 노선 연장과 GTX-D 노선 강남 직결, GTX-E·F 노선 신설이 골자다.

GTX-A노선(운정~동탄)은 운정에서 평택까지 늘리고 C노선(덕정~수원)은 위로는 동두천, 아래로는 병점·오산·평택까지 연장한다. 기존선을 활용해 금정에서 안산과 오이도까지 이어지는 노선도 신설한다.

GTX-D는 김포~부천 구간을 당초 경기도의 제안대로 김포~부천~강남~하남 구간까지 놓는 노선이다. GTX-E는 인천~시흥·광명신도시~서울~구리~포천 노선, GTX-F는 파주~삼송~서울~위례~광주~이천~여주 노선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주택가격 전망지수가 아파트값 상승세의 둔화 속에, 금리 상승,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5개월 연속 하락하는 추세다. 하지만 주요수혜지역인 평택, 안성 집값이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GTX 공약 발표 후 평택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월 둘째 주 0.14%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안성 아파트값도 1월 둘째 주부터 0.22%, 0.23%로 2주 연속 오름세다. 

정부는 GTX 공약 건으로 인해 집값이 다시 튀어 오를까 시장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월 들어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선거과정에서의 대규모 개발 공약에 영향을 받는 조짐도 있어 정부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GTX는 지난 2007년 경기도가 국토부에 제안해 처음 논의가 진행됐다. 이후 사업주체를 정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사업추진이 늦어져 2022년 1월 기준 착공한 건 GTX-A 뿐이다. C노선은 2022년, B노선은 2023년 착공 예정이다. GTX A노선은 2024년 하반기 개통 예정이고, C·B 노선은 각각 2027년, 2028년 완공이 목표다. 

게다가 두 후보 모두 재원 마련의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현실성이 부족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계획된 GTX-A·B·C·D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총예산은 17조2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GTX는 최고속도가 시속 180㎞로, 기본적으로 급행이다. 이는 정차역의 수가 적다는 의미다. 때문에 GTX 라인에 가깝더라도 정차역과 거리가 멀면 부동산 투자가치는 떨어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공언과는 달리 빠른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 양당 후보의 GTX 공약 발표 지역이 지난해 GTX-C 이슈였던 의왕역이나 안산 상록수만큼 오르지 않는 이유는 공약 구체화 부재라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6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개발계획이 해당되는 지역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 다만 구체화될수록 더욱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작년 GTX-C 의왕, 인덕원의 경우는 정차역의 구체적인 가능성 때문에 단기가격급등의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 양당 대선후보들의 공약의 경우엔 GTX 신규 및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이기에 시장가격변동으로 곧장 연결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철도류(지하철이든 고속철이든 경전철이든)의 경우에는 계획부터 완공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10년을 넘어 20년도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존 GTX 역세권 개발호재는 지난해까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 지금은 호가 위주로 가격이 움직이는 것뿐이고, 실제 공약이 실현되어야 가격이 반영될 수 있다”면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 실수요자들의 투자는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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