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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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연초부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긴축 공포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의 3대 지수가 모두 3주 연속 하락해 해외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4.79포인트(1.9%) 하락한 4397.94를 기록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50포인트(1.3%) 하락한 34265.37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85.1포인트(2.7%) 하락한 13768.92를 기록했다.

일주일 동안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5.68%, 7.55% 하락해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S&P500지수의 경우 클로락스, 프록터&갬블 등이 포함된 소비재 업종만이 0.1% 미만의 상승률을 보이며 상승 마감했다. 

다우지수도 같은 기간 4.58% 떨어져 2020년 10월 이후 최대 주간 하락률을 나타냈다. 특히 나스닥은 올해 들어 12%가량 떨어졌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부진한 움직임이다. 

이는 서학개미들이 보유한 순매수 상위종목들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새해 들어 서학개미들이 사들인 순매수 상위 종목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 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1월 3일 대비 1월 19일 기준 서학 개미 순매수 상위 1~5위 종목의 평균 하락률은 12.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매수 1위에 오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는 올 들어 현재까지 수익률이 -19.81%를 기록 중이다. 이 ETF는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등락률을 3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순매수 2~5위인 엔비디아(-11.93%), 마이크로소프트(-10.01%),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불 3X ETF(-39.4%), 애플(-4.38%) 등도 10%~40% 가까이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의 보유량을 빠르게 줄이는 분위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학개미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은 628억154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대비 7% 넘게 줄었는데, 이는 201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 기술주 부정적 시각 우세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흐름이 '바닥'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최근 많이 빠진 기술주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넷플릭스 등 '재택' 관련주는 팬데믹 기간의 성장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미국 지수, 특히 나스닥지수의 큰 하락폭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로 기술주가 타격이 큰 게 원인으로 꼽힌다. 주요 기술 기업 중 한 곳인 넷플릭스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점도 투자 심리 악화에 일조했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넷플릭스 주가는 21% 넘게 하락했다. 성장주의 대표격인 아마존과 테슬라의 주가가 5% 이상 떨어졌고, 메타의 주가도 4% 이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도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스닥은 10배, 넷플릭스는 160배나 상승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리 브라크만 퍼스트아메리칸 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대표는 "암호화폐, 높은 레버리지, 성장주 등 모든 위험 프리미엄 자산이 영향을 받고 있으며 현재 작동하는 것은 그 반대인 양질의 주식"이라면서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매수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모네타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아오이핀 데빗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넷플릭스나 펠로톤 같은 기업들이 대유행이 처음 시작됐을 때와 같은 수준의 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률 상승으로 일부 기술주의 가치가 정상화될 것이며 유틸리티와 부동산과 같이 경제에 민감한 부문이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조기 긴축 우려가 시장에 크게 작용하면서 코스피 지수도 24일 오전 12시 45분 현재 1.48% 하락한 2792.45, 코스닥 지수는 2.76% 하락한 916.82을 기록하며 하락세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압박이 시작된 가운데 미국 증시가 추가 조정이 되면 국내 증시에도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경기모멘텀이 크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기대감을 선반영한 증시에 펀더멘털 눈높이 조정, 경기 둔화 사이클에 대한 부담은 조정의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회복,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지며, 연초 이후 1차 조정국면보다 더 큰 변동성 확대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긴 호흡에서는 여전히 반등 시 주식 비중 축소, 현금비중 확대 권고 전략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시장은 언제쯤 안정화될까.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증시가 급락하는 것에 비해 다른 위험지표들은 충분한 공포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들 지표가 주식시장 하락폭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나 주식이 비싸다고 인식될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4분기 실적발표에서는 가이던스가 보수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면, 4분기 실적은 평온한 것이 그나마 시장에 위안을 줄 수 있다”면서도 “선진국의 경우 가계는 소비 여력이 줄었고, 기업은 선주문으로 수요를 당겨 썼다. ‘언택트 수혜 기업’들에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은 리오프닝 시작과 인플레 정점, 중국 경기에 변화가 나타날 봄쯤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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