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기업심사위원회 심의결과 안내. 출처=한국거래소

[이코리아] 한국거래소가 1년 8개월 동안 거래가 정지됐던 바이오 기업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17만 명이 넘는 신라젠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신라젠과 같은 횡령 이슈로 이달 초 거래가 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에도 거래소가 강경한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업심사위원회는 신라젠에 대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결과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거래소는 신라젠에 1년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는데 이 시한은 지난해 11월 종료됐다.

앞서 신라젠주주연합은 17일 성명서를 통해 "한국거래소에서 요구한 개선 사항 세 가지를 모두 완료했다"며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거래 재개 결정을 고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기심위 관계자는 19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신라젠이 개선기간을 부여받을 때 회사에서 제출했던 개선계획서가 있었다. 그 중 영업과 관련해서 개선 사항이 있었는데 이행이 충분치 않았다. 이에 기심위에서는 미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라젠 측은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재 정상적으로 주요 임상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등 경영활동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기업 신라젠은 간암치료제 펙사벡 개발이 주목을 받으면서 한 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펙사벡이 임상 중단 권고를 받았고, 2020년 5월 문은상 신라젠 전 대표 등이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신라젠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17만4200명에 달한다. 거래가 정지된 주가 1만2100원으로 따지면 소액주주 주식 가치는 8000억 원이 넘는다. 

신라젠 주식의 분포. 출처=한국거래소
신라젠 주식의 분포. 출처=한국거래소

신라젠의 상장폐지 결정 소식에 최대주주인 엠투엔이 하한가로 직행했다. 엠투엔은 19일 오전 10시 현재 전 거래일 대비 29.74% 급락한 8150원에 거래 중이다. 엠투엔은 신라젠 지분 18.23%를 확보해 최대주주인 상태다. 

다만 신라젠이 이번 기심위 결정으로 증시에서 바로 퇴출되는 것은 아니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3심제로 이뤄져 있다. 앞으로 열릴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결정하고, 여기서 또 상폐 결정이 나더라도 신라젠이 이의 제기를 통해 한 번 더 심의를 받을 수 있다. 이후에도 신라젠이 불복 소송을 내면 법원이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이에 신라젠이 향후 증시에서 완전히 퇴출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코오롱티슈진도 기심위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지만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한편, 거래소가 신라젠 상폐 결정을 내림에 따라 신라젠과 유사한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거래 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재무팀장 이모 씨가 221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3일 코스닥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해당 금액은 2020년 말 자기자본 대비 108.18%에 해당하는 역대급 규모다. 

거래소는 오는 24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자기자본 대비 횡령 규모가 큰 만큼 자금 회수 가능성에 따라 실질 심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르면 횡령 규모가 일반직원의 경우 자기자본의 5% 이상, 임원인 경우 자기자본의 3% 이상이거나 10억원 이상이면 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자기자본의 100%가 넘는 횡령 사고가 발생한 만큼 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실질심사 대상과 관련한 사유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심사대상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된다고 바로 자동으로 1년간 거래가 정지되는 건 아니다. 외부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이 ‘부적정’으로 나오더라도 사측이 의견정정을 낼 수 있다. 회사가 외부감사의 의견을 다시 받아오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통상 1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3월에 제출될 오스템임플란트의 감사보고서 없이 거래소가 실질심사 대상 여부 판단을 내리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불가능하진 않다. 회사가 2021년도 가결산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거래소가 판단내릴 수 있다. 또 실질심사 대상을 판단하는 데는 재무적인 것뿐만 아니라 영업, 기업경영 투명성 등 전반적인 요인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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