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이코리아] 신세계그룹이 두 남매의 상반된 경영 안팎 움직임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연일 세간의 이슈를 만드는 반면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외부에 자신을 거의 노출시키지 않으며 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개인 SNS에 올린 ‘멸공’ 논란으로 신세계 주가가 한때 급락했고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세계 주가는 지난 10일 한때 8% 넘게 빠졌다가 6.8% 내린 채 장을 마쳤다. 그룹 계열사 주가도 덩달아 하락하며 도합 시총이 2000억원 이상 증발했다. 화장품과 면세점 등 중국 사업의 실적 전망이 나빠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전일 신세계 주가의 급락은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에 무게가 실린 분위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정치인들이 합류하면서 국제문제로 부각됐다. 주가하락 요인의 기여도를 정확히 따지기는 어려우나 신세계의 모체가 백화점 및 외국인 대상 면세업종인 만큼 (정 부회장의 발언이) 주가에 마이너스 요인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리스크를 감안했는지 정 부회장은 전날 인스타그램에 ‘멸공’ 발언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신세계는 11일 기준 전일대비 2.58% 오른 23만9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주가의 반등은 오너 측이 수습 국면에 들어가면서 하락분에 대한 반등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그간 "내 멸공은 우리 위에 사는 애들에 대한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올리며 ‘튀는 행동’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또 관련 발언 중단을 선언한 지 반나절 만에 북한이 동해 상으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는 기사 내용을 캡처해 올리며 '○○'(동그라미 2개)를 적었다. '멸공'이라는 단어 대신 표기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동안 신세계그룹은 ‘정용진=이마트’, ‘정유경=백화점’으로 분리 경영 방침을 세워왔다. 활발한 SNS 활동으로 친근한 재벌 이미지를 구축한 정 부회장이나 SNS발 ‘멸공’ 논란이 그와 직접 연관이 없는, 백화점 및 면세점에 타격을 입혔다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정 부회장이 관할하는 이마트에 대해 썩 밝지 않은 전망도 나왔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5일 이마트에 대해 "오프라인 채널이 부진하다"면서 "지난해 4분기 할인점 기존점 성장률이 전년대비 1%에 그치고, 쓱닷컴 영업손실은 390억원 수준에 이르면서 실적 부담이 커질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나금투는 주가 측면에서 쓱닷컴의 식품 온라인 성장률 둔화와 2022년 이베이코리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적하면서 올해 이마트의 주당순이익(EPS)은 정체되거나 역신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신세계그룹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신세계그룹

이렇듯 연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오빠와 달리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외부와의 접촉을 삼가는 정반대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미국 로드아일랜드대 디자인스쿨을 나와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했다. 공식석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년 만인 2016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오픈식 현장으로, 이후에도 미디어에 거의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정 총괄사장이 경영하는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부문에서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3분기 백화점 업계 시장 점유율이 26%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으며,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8% 상승이 추정된다. 팬데믹 이후 전 사업 부문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으며, 13개 점포의 상당수가 지역 내 매출 1등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신세계백화점의 디지털 부문 행보가 눈에 띄는 모습이다. 백화점 자체 모바일 앱의 개편을 통해 라이브방송, 지니음악서비스, 전자책 및 식당리뷰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자체 모바일 앱의 경우 커머스 기능이 없다. 또 백화점의 특화 콘텐츠인 명품, 패션, 뷰티는 현재 전문몰(버티컬 플랫폼)이 강세다. 

이에 향후 신세계백화점이 현재 백화점 콘텐츠를 공급하는 쓱닷컴(SSG.COM) 외에 독자적인 플랫폼을 출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올해 3분기 내 상장이 예상되는 쓱닷컴의 기업공개 이후 겸업 금지 조항이 풀리는 시기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세계(26.9%)는 이마트(50.1%)와 함께 쓱닷컴의 주요 주주다. 쓱닷컴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투자자로 유치하면서 신세계백화점이 별도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지난 10월 임원 인사에서 백화점 부문 전략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백화점 부문 조직을 부사장에서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했고, 임원도 1명에서 7명으로 대폭 늘렸다. 특히 인수합병(M&A)과 디지털에 강점이 있는 40대 임원 2명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괄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백화점의 미래 디지털 행보에 힘을 싣기 위한 분석으로 풀이된다. 

이는 정 부회장이 지난 3일 발표한 2022년 신세계그룹 신년사에서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 하는 원년이다. 이제 ‘오프라인조차 잘 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만 남았다”는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11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쓱닷컴은 오픈마켓이다. 신세계백화점 지분도 있지만 쓱닷컴은 홍보팀도 따로 있고 법인도 다르다. 주체가 다른 만큼 모바일 앱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독자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은 말 그대로 전망이지 그 때 되어봐야 안다. 지금은 논의조차 없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네이버와 명품 플랫폼 개설 및 CJ대한통운과의 물류회사 신설 등 타사와도 여러 아이디어가 오가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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