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차기 대선을 두 달 앞둔 여야 대선후보들이 주식시장 관련 공약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공매도, 쪼개기 상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시원한 해답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동학개미’의 표심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 李·尹, “공매도, 폐지보다 합리화해야” 한목소리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지난달 26일과 27일, 하루 간격으로 주식시장 관련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후보의 경우 민주당 선대위 공정시장위원회 및 금융경제특보단이 ‘주식시장 개혁방안’을 내놨고, 윤 후보는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설명했다. 

특히 두 후보의 주식시장 관련 공약 중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두는 것은 공매도에 대한 입장이다. 이·윤 두 후보의 공매도에 대한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후보 모두 폐지 보다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

이 후보의 경우 지난달 25일 유튜브 ‘삼프로TV’와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오버슈팅을 막고 투자 안정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며 “공매도를 폐지할 게 아니라 합리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과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증권사의 대차수수료 수입에 대해서도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외국인은 사실상 무제한 주식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반면, 개인에게는 90일의 상환기간이 적용되는 문제도 형평성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 또한 공매도에 대해서는 이 후보와 비슷한 입장이다. 윤 후보는 ‘삼프로TV’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며 “(공매도를 폐지하면) 외국에서 (국내 증시로) 들어와야 할 자금이 안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윤 후보 또한 현재 공매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입장은 아니다. 윤 후보는 “우리나라는 선진 자본시장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이 있어서, 한쪽 측면만 보고 O나 X로 나누기는 어렵다”며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일시적으로 규제하고, 상황이 나아지면 점차 국제 기준에 맞춰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기관에 비해 불리한 공매도 시장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개인투자자에 대해 적용되고 있는 과도한 담보비율을 조정하는 한편, 주가 하락이 지나칠 경우 자동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 '쪼개기 상장' 해법, 李 '우선배정' vs 尹 '신주인수권'

최근 논란이 된 ‘쪼개기 상장’에 대해서도 두 후보의 의견은 비슷하다. 쪼개기 상장은 모회사가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분리한 뒤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모회사는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절차를 통해 손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데다 경영권도 강화할 수 있어 ‘일석이조’지만, 신주인수권도 주어지지 않는 모회사 주주에게는 지주사 할인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 수 있어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금융계열 자회사를 연이어 상장해 대박을 터뜨린 카카오나 배터리사업부를 분리해 상장을 준비 중인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이 ‘쪼개기 상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윤 두 후보는 모두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신설회사 공모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 배정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윤 후보는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후보의 공약인 모회사 주주 우선배정은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가능하지만, 윤 후보의 공약인 신주인수권은 현행 상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논의가 필요한 만큼 도입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李·尹,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두고 입장 차이

이·윤 두 후보는 시장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제도를 개선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동일한 문제의식을 보였다. 다만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두 후보에게 미묘한 차이가 발견된다.

우선 이 후보는 현재 한국 증시가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으로 분류된 것이 저평가의 원인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코스피 5000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 후보는 ‘삼프로TV’에서 “MSCI 선진국지수에 들어가야 뮤츄얼 펀드가 (국내 시장에) 투자할텐데, 이머징마켓으로 분류돼 있으니까 장기 투자가 안 들어온다”며 “(해외 자금이) 확 들어왔다 확 나가버리니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이 저평가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공매도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윤 후보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대해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 후보는 ‘삼프로TV’와의 인터뷰에서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투자금이 더 많이 들어와 주가가 상승해 투자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통화 관리가 제대로 안돼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통화 관리가 안 되면 외국인 투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수 있어, 향후 여러 금융부처에서 추가 정보를 제공받아야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역외 외환시장의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실제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준에는 공매도뿐만 아니라 역외 외환시장의 존재 여부도 포함된다. 해외에서도 원화를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선진국지수 편입이 가능한데, 이 경우 환율 변동에 대응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윤 후보가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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