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교보생명
사진=교보생명

[이코리아] 교보생명이 재무적 투자자(FI)와의 분쟁으로 인한 법적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숙원이었던 기업공개(IPO)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7일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 파트너스,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이 제기한 계약이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 대한 가압류를 모두 취소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의 보유 지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2015년까지 상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백기사’로 등장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교보생명 지분 24%를 전량 인수하면서 2015년 9월까지 IPO가 되지 않을 경우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수 있도록 풋옵션을 계약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상장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결국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했고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000원에 주식을 매수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계약에 풋옵션 가격 산출 방식이나 행사 시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 신 회장은 풋옵션 가격이 과도하다며 거부했고, FI와 신 회장 간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교보생명의 상장 일정도 재차 미뤄졌다.

교보생명 입장에서 긍정적인 것은 최근 국제상업회의소(ICC)와 법원이 연이어 신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FI와의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ICC 산하 중재판정부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6개월만인 지난 9월,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 간의 풋옵션 계약은 유효하다면서도 40만9000원에 신 회장이 주식을 매수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기각했다. 

해당 판결에 대해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은 풋옵션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받았다며 사실상 승소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어피너티 측이 제시한 풋옵션 행사가격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온 이상 실제 부담을 덜게 된 것은 신 회장 측으로 보인다.

게다가 어피너티컨소시엄이 풋옵션 행사가격 산출을 맡긴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의 임직원 2명은 지난 20일 검찰로부터 징역 1년~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받았다. 이들은 교보생명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어피너티 측에 유리하게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내년 2월로 예정된 1심 선고에서 유죄가 확정된다면 교보생명이 확실한 명분을 챙길 수 있게 된다. 

ICC와 법원의 판단으로 신 회장이 풋옵션 갈등의 부담을 덜면서 교보생명도 미뤄왔던 IPO를 재추진하기 시작했다. 실제 교보생명은 지난 2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교보생명의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으로, 심사절차에 문제가 없다면 내년 상반기 중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이번 IPO를 통해 어피너티컨소시엄과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IPO에 성공하면 어피니티컨소시엄이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고도 적정 가격에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모가다. 생명보험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적으로 0.3배 수준이다. 교보생명의 3분기 기준 자본총계는 12조2670억원으로 단순 계산 시 기업가치는 약 3.7조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어피니티컨소시업이 요구한 풋옵션 행사가격(40만9000원)을 적용하면 보유 지분 24%의 가치는 약 2조원 수준이다. IPO에서 교보생명의 기업가치가 8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아야 어피너티 측이 목표한 수준의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 만약 어피너티가 처음 매수한 가격(24만5000원)을 보장받는 데 만족한다고 해도, 기업가치 5조원 정도는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생보업계가 저출산과 고령화, 저금리 등으로 인해 부진한 상황에서 교보생명이 기대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게다가 대형 생보사 대부분 상장 후 공모가 아래로 주가가 하락했다. 실세 삼성생명(공모가 11만원), 한화생명(8200원), 미래에셋생명(7500원) 등은 현재 공모가 대비 40~50% 가량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도 IPO 전까지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교보생명은 그동안 IPO를 추진해온 핵심 인사인 박진호 부사장과 조대규 전무를 연임시키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이 FI와의 오랜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IPO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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