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노조는 지난 2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관련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현대엔지니어링지부

[이코리아] 내년 2월 코스피 상장 예정인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해 노조가 ‘개인 대주주의 이익 챙기기’라며 상장 유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현대엔지니어링지부는 지난 27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추진 관련 탄원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지난 10일 회사가 제출한 상장을 위한 주식 모집매출계획을 담은 유가증권신고서 내용을 확인하고 부당함에 놀랐다"며 "이 문제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과정에서 시도하고 있는 과도한 구주매출이 개인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악용사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유가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전체 모집매출하는 주식의 수는 1600만주다. 이중 신주의 모집은 400만주로, 나머지 1200만주는 구주 매출이다. 

전체 모집매출하는 자금의 25%는 회사에 유입되고, 나머지 75%는 기존의 대주주에게 돌아간다. 1주당 공모희망가 5만7900원을 적용하면 현대자동차 그룹의 정몽구 명예회장 및 정의선 회장에게 약 3916억원이 지급되게 된다. 

이 과정이 실행되면 정의선 회장의 경우 지분율은 상장 신청 전 11.72%에서 상장 후 4.45%로 낮아지며, 상장을 통해 보유주식의 60%를 매각하게 된다. 

출처=보도자료
출처=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현대엔지니어링지부 보도자료

노조는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상장규정 제27조는 최대주주의 의무보유 규정을 두고 있다. 불가피하다고 세칙으로 정한 경우에만 의무보유 면제가 불가피하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만큼 최대주주의 지분유지는 해당 회사의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과 함께 기업그룹군 내에서 해당 회사의 위치 등을 나타내는 것이고 이러한 요인은 상장이후 투자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결국 개인 최대주주가 상장이라는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투자금과 더불어 거액의 이익금을 챙겨 우선적으로 탈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공개’라는 행위자체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행위“라며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익적 측면에서 지금까지도 그러하고 향후에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이 제출한 유가증권 신고서가 수리돼선 안 된다"며 "상장요건 만족에 대한 검토는 물론 부족한 부분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28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번 상장이 개인 대주주의 이익 챙기기라는 노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의도가 있지도 않지만 그랬다면 거래소에서 다 걸러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의선 회장 보유지분의 60% 매각 건에 대해서는 기존 주주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므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공모구조도 거래소가 적정하다고 판단해서 승인을 내준 것”이라며 “기존 주주가 구주매출로 이익을 실현하는 것도 상장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거래소 상장 매뉴얼에도 기재돼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장으로 회사의 신성장에 도움은 물론, 직원들은 우리사주도 받게 되는데 저희로선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앞으로 정의선 회장의 지분이 줄면 소액주주들에 대해 배당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소액주주들의 투자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배당은 주주총회에서 아직 결정 난 사항은 없지만 주주가치 재고를 위해서 배당정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유가증권 상장규정에서 정한 질적심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상장신청인의 ESG경영체제를 평가하는데 'S(Social)' 부문에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K-ESG 가이드라인에 소셜의 노동범주 중 '결사의 자유보장'을 평가항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5년이 지난 조직임에도 회사와 노동조합 간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회사는 전체 직원의 일부에 불과한 대리급 이하의 노동조합 가입자격을 주장했다”면서 “사측이 진정한 ESG경영을 해 나갈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구속력 있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단체교섭권을 가지려면 구성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회사가 이를 막기 위해 노조 가입을 대리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대리급 이하 노조 자격 이슈는 평가권(인사고과)이 있는 보직자(팀장)를 제외한 전 직원으로 하자고 노조 측과 이미 이야기가 된 사항이다. 소셜 노동범주 중 가장 큰 이슈가 해결됐는데, 왜 그 이야기는 안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단체협약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주 상장일은 내년 2월 15일로 예정됐다. 모집(매출) 예정가액은 5만7900원으로, 시가총액은 4조 6293억원대로 추정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 희망가 최상단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상장과 동시에 국내 건설주 시총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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