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가 23일 신한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독일 헤리티지, 젠투, 피델리스 펀드 피해금액의 전액 보상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가 23일 신한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독일 헤리티지, 젠투, 피델리스 펀드 피해금액의 전액 보상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이코리아] 그동안 라임 사태에 가려져 있던 독일 헤리티지 펀드 및 젠투펀드 피해자들이 신한금융투자에 전액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라임 사태를 수습할 구원투수로 등판해 성과를 인정받으며 연임에 성공한 이영창 신한금투 대표에게도 사모펀드 피해자들과의 갈등 해소가 새로운 임기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23일 신한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한은행과 신한금투를 통해 판매된 독일 헤리티지 펀드, 젠투 펀드, 피델리스 펀드 등 환매연기된 사모펀드의 전액 배상을 촉구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피해액 중 아직 구제받지 못한 금액은 은행권 1조6537억원, 증권사 3조8488억원 등 총 5조5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신한금융투자의 판매잔액은 1조3319억원으로 전체 피해금액의 24.2%에 해당한다. 이는 증권사 중 두 번째인 대신증권(6699억원)과 은행권 중 판매잔액이 가장 많은 우리은행(5514억원)을 더한 것보다도 큰 금액이다. 

공대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2018년 12월 판매된 독일 헤리티지 펀드의 경우 전체 판매액 5278억원 중 5072억원이 미상환된 상태로 피해자 수만 약 2000명에 달한다. 신한금투는 해당 펀드 최다 판매사로 관련된 피해자는 약 1610명, 피해금액은 3796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9년 2월부터 판매된 젠투 펀드의 피해 규모는 더 크다. 총 판매금액 1조808억원 중 1조125억원이 환매중단된 상태로, 이 중 신한금투를 통해 판매된 것만 4200억원이다. 또한 전체 판매액의 절반에 가까운 1979억원이 개인에게 판매됐으며, 개인 피해자만 약 391계좌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해당 사모펀드의 보상 문제가 아직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피해 규모가 크고 여론과 금융당국의 주목을 받았던 라임 사태는 보상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된 데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신한금투에 대한 기관제재를 확정해 마무리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라임 사태에 가려진 독일 헤리티지 펀드와 젠투 펀드 문제는 아직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절차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신한금투는 앞서 독일 헤리티지 및 젠투 펀드에 대해 각각 원금의 50%, 40%의 가지급하는 방식의 보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배상 비율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장 젠투 펀드의 경우, 하나은행이나 우리은행의 가지급안(50%)보다도 10% 낮은 수준이다.

공대위는 신한금투가 전액 배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미 부실 사모펀드 피해를 전액 배상한 한국투자증권이나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전액 보상을 결정한 NH투자증권의 사례가 피해자들에게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투증권은 지난 6월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부실 펀드에 대한 100% 보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NH투자증권 또한 분쟁조정위원회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은 수용하지 않았지만, 이는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위한 조치일 뿐 피해금액은 전액 보상했다.

공대위는 “우리에게 판매한 펀드는 애초부터 사기였고 불량상품이었다”며 “우리에게 판매한 펀드를 한투증권처럼 100% 보상을 하거나 NH증권처럼 원금을 돌려주고 다시 가져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연임이 결정된 이영창 신한금투 사장의 새 임기 첫 과제는 사모펀드 피해자들과의 대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 라임 사태로 위기에 빠진 신한금투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이영창 사장은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1년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장 내년 독일 헤리티지 및 젠투 펀드 관련 분쟁조정 절차가 시작될 예정인 데다, 피해자들이 강경하게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 새 임기 중에도 사모펀드 사태 여파의 수습에 매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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