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본사.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본사. 사진=금호석유화학

[이코리아] 금호석유화학이 경영권 안정 및 주주가치 개선을 위해 자사주 교환과 소각 카드를 꺼냈다.   

자사주 맞교환은 총수의 지배력 강화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이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맞교환된 자사주만큼 자사주 매각 발표로 기존 주주의 이익 침해 우려를 잠재웠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5일 OC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일부를 상호 교환한다고 밝혔다. 

금호석유는 이날 자기주식 처분과 OCI 주식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금호석유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약 315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동일한 가치의 OCI 자기주식과 상호 교환한다. 

이에 16일 기준 금호석유는 OCI 주식 보통주 29만8900주를, OCI는 금호석유 주식 보통주 17만1847주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이번 거래로 금호석화는 OCI 지분 1.25%를, OCI는 금호석화 지분 0.56%를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 교환에 나선 것이 경영권 분쟁과도 관련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초 박찬구 회장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촉발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주주총회에서 박 전 회장의 승리로 끝났고, 지난 5월 박찬구 회장의 대표이사직 용퇴로 지배구조 개선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하지만 경영권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올해 8월 2일 기준 박 전 상무가 8.53%로 여전히 최대 주주다. 박찬구 전 회장은 6.69%, 박 전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가 7.17% 지분을 갖고 있다. 이는 어느 때고 경영권 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양사의 지분 교환을 통한 동맹의 본질적 목적은 더욱 끈끈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주식 맞교환 이전 기준 18%대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자사주의 경우 의결권을 가지지 못해 경영권 방어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자사주를 다른 회사에 팔면 의결권이 살아나 보통주가 되고, 이 보통주를 확보한 회사가 우호세력이 되는 것. 

이에 금호석유의 이번 자사주 맞교환은 우호 세력을 확보하고, 향후 박 전 상무 측과의 경영권 방어에 대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OCI의 경우 대표인 이우현 부회장의 지분율이 5.04%로 3대주주이며, 일가 총 지분이 6%가 넘는다. 즉,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양사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달 1일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이 OCI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MSB와 바이오 ECH(에피클로르 히드린)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자사주 상호교환을 통해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자사가 보유 중인 자기주식 일부 소각과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OCI와 교환한 자사주와 동일한 규모의 자사주 17만1847주를 소각키로 한 것.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는 것이다. 발행주식수를 줄여 1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주주이익을 높여주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을 '소프트(Soft) 원자재' 강세의 수혜 종목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사상 최대이익을 내고도 피크아웃 프레임과 경영분쟁권 이슈로 인해 올 2분기 이후 주가가 내내 하락세였다. 이에 온라인 주식커뮤니티에서 금호석유 주주들은 대부분 ‘배당이라도 많이 주면 좋겠다’ ‘본의 아니게 장투, 정말 배당금 1만원 나오는 건가’라며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초 박철완 전 상무가 주도한 경영권 분쟁이 일자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고배당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 2∼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25∼35%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설정해 기존 배당정책 외에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추진이 핵심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과도하게 저평가된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는 경영진의 입장에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향후 주주가치 개선을 위한 대책이 필요했는데, 이번 자가주 소각으로 피크아웃프레임에 묶여있던 금호석유에는 호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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