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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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당국이 내년에도 가계부채 규제를 강화하겠지만,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은 예외로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들면서 2금융권 및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발표한 ‘2022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에서 금융업권별 특성에 맞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중금리 대출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설정한 내년 중금리 대출 공급 목표는 올해(32조원)보다 3조원 늘어난 35조원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중금리 대출 공급을 늘리려는 것은 ‘포용금융’ 확산이라는 정책 기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의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5%로 올해(5~6%)보다 강화된 수준이다. 하지만 이 경우 서민·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및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충분한 한도와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내년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해서는 은행이 자체수립한 공급계획을 전부 인정할 방침이다. 

가계대출 규제는 강화하고 중금리 대출 공급은 확대한다는 내년 금융정책 기조가 발표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의 경쟁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신용자 대출 중심의 기존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중심의 중금리 대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시중은행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84%에 달한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중신용자 대출 비중이 56.9%인 점을 고려하면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시장이 은행과 비은행으로 나뉘어있던 셈이다. 

하지만 내년 5% 이하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 총량 규제가 적용되는 고신용자 대상 대출보다 예외가 인정되는 중금리 대출이 더욱 매력적인 수익원일 수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을 확대한 은행에 대한 인센티브까지 고려하고 있는 만큼, 은행도 중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중·저신용자 중 상당수는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경우로 신용평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이스(NICE)평가정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이력이 부족한 이들은 1280만7275명으로 신용등급 대상(4730만7806명)의 27.1%에 해당한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잠재적 중금리 대출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는 비금융 데이터를 통해 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고도화된 신용평가시스템(CSS)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은행도 CSS 고도화를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이미 지난 7월 ‘리브엠(Liiv M) 폰 드림 대출’을 출시하며 통신비 납부이력을 통해 대출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또한 국민은행은 이달 2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CB) 예비허가를 받은 데이터기반중금리시장혁신준비법인에도 출자했다. 중금리혁신법인은 개인사업자의 매출 정보 등을 활용한 신용평가모델을 도입해 중금리 대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비금융 데이터를 통한 신용평가모델 고도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월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배달 라이더를 위한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했고 이달 22일에는 배달 앱 ‘땡겨요’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가맹점 매출 데이터 및 배달 라이더 데이터는 향후 새로운 상품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도 지난 8일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출시했다. 사회초년생이나 주부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고객을 위해 입출금통장 거래내역 등을 기반으로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은행이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CSS 고도화를 통해 중금리 대출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당장 중금리 대출 비중을 늘려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실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은 중금리 대출 비중을 각각 21.5%, 20.8%, 34.9%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금융당국에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3분기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금리 대출 비중은 13.4%으로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다.

케이뱅크 또한 2분기말 15.5%였던 중금리 대출 비중이 3분기 들어오히려 13.7%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은행까지 중금리 대출 시장에 진출할 경우 인터넷은행이 기존 목표치를 달성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인터넷은행이 방대한 비금융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잠재적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은 변수다. CSS 고도화를 통한 중금리 대출 시장 확보 경쟁에서 누가 선두로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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