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사진=뉴시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됐다. 

이에 대해 ‘불닭’ 신화의 주인공을 앞세운 글로벌 시장 공략에 기업성장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지만 횡령으로 물의를 빚은 탓에 우려 섞인 여론도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최근 2022년 임원 정기인사를 통해 김정수 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장재성 전략운영본부장(전무)을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고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김정수 부회장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정수 부회장은 남편인 전인장 회장과 회삿돈 49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횡령 혐의로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특경법 14조는 징역형은 집행 종료로부터 5년, 집행유예형은 집행 종료로부터 2년간 범죄 행위와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무부의 별도 승인이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 

이후 취업이 제한돼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법무부 허가를 받고 지난해 10월 총괄사장으로 재취업했다. 김 부회장의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은 같은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김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래 비판적인 여론은 계속 제기됐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0월 ‘법무부의 삼양식품 김정수 사장 취업승인 결정에 대한 논평’ 자료를 통해 “만일 취업제한의 당사자가 회사의 경영진이라면 회사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총수일가라 하더라도 일정한 냉각기간을 두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또 김 총괄 사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을 들어 올해 3월 신설된 ESG위원회에서 윤리경영을 이끄는 위원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대표이사직에 따르는 각종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ESG위원장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당시 사측은 "일각에서는 죄를 지었는데 왜 나오는 것이냐고 하지만 그보다는 당사자가 직접 신뢰회복에 나서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오너리스크 논란에도 김 부회장이 불닭볶음면 개발을 이끌며 삼양식품을 수출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인만큼 향후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삼양식품의 최근 실적은 다소 주춤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줄었고, 영업이익도 절반 가량 감소했다. 3분기까지 매출 4492억원, 영업이익 438억원을 올렸는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7%, 영업이익은 44.9% 각각 감소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상반기 대비 국내와 수출 모두 역성장 폭이 완화되고 있는 만큼, 4분기 이후 플러스 성장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이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매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불닭볶음면은 2015년 300억원 수준이었던 해외 매출을 지난해 3703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삼양식품은 최근 미국법인과 중국법인을 설립하고, 아랍에미리트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MOU를 추진하는 등 해외사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전략을 대폭 수정한 바 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김정수 부회장은 글로벌 영업을 위해 해외영업본부장을 직접 맡는 등 영업, 마케팅, 제품개발 등에 전념할 계획이다.

아울러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조직 개편도 진행했다. 밀양공장 준공을 대비하여 생산본부장에 김동찬 이사를 상무로 승진 배치하고, SCM 체계 정비와 국내외 물류 기반 구축을 위해 물류 전문가인 박경철 상무를 전진 배치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식품 수출기업으로서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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