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조선해양
사진=한국조선해양

[이코리아]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쌍용자동차, 아시아나항공 등 산업은행이 주도한 구조조정 및 매각 작업이 대부분 암초에 부딪힌 상태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까지 무산될 위기에 직면하면서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것을 불허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독점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구제조치를 제출하지 않아 EU 반독점당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은 구제조치 제출 마감기한인 7일까지 별다른 시정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기한을 내달 20일로 정했으나, 별다른 구제조치가 제출되지 않은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기업결합은 심사국 전체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만큼, EU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무산된다. 만약 이번 기업결합이 무산된다면 지난 2019년 3월 인수 계약 체결 후 약 3년을 표류해온 매각 절차가 처음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 밖에도 산업은행이 주도한 부실기업 구조조정 및 매각 절차가 대부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의 인수 절차도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달 실시한 쌍용차에 대한 기업 실사에서 추가 부실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인수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매각자문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인수금액 삭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에디슨모터스가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지원을 거부당하자 인수가 조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애초에 인수·운영자금 1.6조원 중 절반은 유상증자, 나머지는 산업은행의 대출지원으로 충당하려 했다. 하지만 산은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자금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 셈이다. 산은과 에디슨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쌍용차 체질 개선을 위한 시간도 계속 흘러가고 있는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기업 간의 결합인 만큼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EU·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아직 본 심사도 열리지 않은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또한 아직 결론이 나오지 못했다. 현중-대우조선과 마찬가지로 독점 우려가 있는 사안인 만큼 주요국에서 심사가 개시돼도 최종 결정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이 주도한 기업결합이 글로벌 경쟁당국의 반대와 인수 기업과의 마찰 등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재벌특혜 대우조선매각저지 전국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초부터 산업은행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 대우조선·아시아나항공·쌍용차 매각의 실패를 인정해야 할 때”라며 “책임을 묻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산업정책적 분석도, 산업생태계 발전에 대한 전망도, 국가 자산으로서의 기간산업의 미래에 대한 전략도 없이, 큰 규모의 공적 자금이 투여된 기업들을 그저 팔아치우기에만 급급한 산업은행의 작태를 이렇게 두고만 볼 것인가”라며 “산업은행 관리체제는 물론 국가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산업은행 자체의 탈바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수대금 문제로 인해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본 계약 체결 및 회생계획안 제출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이 좌초된 기업결합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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