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연 교수. 사진=뉴시스
조동연 교수.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조동연 서경대 교수의 사생활 논란과 관련해 그의 모교 교사가 작성한 글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부일외고 교사 A씨는 “당신은 조동연에 대해 그리 함부로 말해도 좋을만한 도덕적인 삶을 살았는가?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나는 나 자신보다 조동연을 훨씬 더 믿는다”고 조동연 교수를 옹호했다. 

이글은 세간의 관심을 보이자 A씨는 “방금 올린 글을 취소한다. 주제넘었다”며 원글을 삭제했다. 

A씨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잠 못 이루게 하는 졸업생 J이야기”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조 교수의 육사지원에 대해 “그 여중생은 본래 서울 아이였다. 기구한 사연이 있어 여러 중학교를 전전하며 학업을 이어가야 했다. 부산 Y여중은 그녀가 고교 진학 전 마지막으로 다니던 (일곱번째) 중학교였다. Y여중 교사들은 부일외고 교감과 입학부장에게 한 목소리로 3년간 장학금을 받으며 다닐 수 있도록 아이를 선발할 것을 추천했다. 이 학생을 장학생으로 선발한다면 절대 결정을 후회하시지 않을 거”라며 “작은 체구의 여학생은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학교생활을 모범적으로, 능동적으로 했다. 인성, 학업, 교우관계,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아이였다. 그녀는 본래 서울의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은사의 조언으로 육군사관학교로 진로를 바꾸었다. 그녀의 가정 형편상 일반 대학을 다니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으니, 학비 문제도 해결되고 직업도 보장되는 사관학교에 진학할 것을 은사가 권유한 것이다”고 밝혔다. 

A교사는 “체구가 작고 몸이 허약하던 그녀는 육사에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일찍 움직이고 더 많이 연습했다. 그리고 장교로 임관한 뒤 재미교포나 유학생 출신이 아닌 순수 국내파로서 자이툰 부대, 한미연합사, 육군 본부 등에서 영어 통역, 영어 브리핑, 영어 행사 진행을 담당하는 재원으로 성장하였다. 그녀의 중학교 시절 모습을 지켜본 Y여중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3년 장학생으로 이 아이를 꼭 선발하라’고 부일외고에 추천한 것처럼, 자신에게 맡겨지는 소임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매 순간 남보다 두배, 세배 노력하고 절차탁마의 자세로 살아가던 그녀는 소령 시절 국가의 지원 하에 하버드 케네디 스쿨로 유학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하버드대로 떠나기 한 달 전쯤 당시 국제교육부장을 맡고 있던 내가 그녀에게 모교에 특강을 오라고 초청했다. 그는 상부의 허가를 받은 뒤 기꺼이 초청에 응하였다. 3기 졸업생 조아무개가 후배들을 위해 특강 온다는 공지가 있자 당일 강당에 업무상 관련 없는 교사들도 대부분 내려와 참석했다. 그녀는 그만큼 교사 모두의 전폭적인 신뢰와 사랑을 받는 동문이었다. 특강을 기획하고 주관하던 나는 질의응답 코너에서 애를 먹었다. 후배 재학생 몇 명이 차례로 질문할 때 그녀가 너무 구체적이고 자세한 답변을 하는 바람에 예정된 시간 계획에 따라 특강을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이의 답변을 자르며 간추리기가 어려웠는데, 질문을 한 후배에게 눈을 맞추며 진심을 다해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여러 해가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타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던 순간이며, 나는 제자들의 질문에 저리 진정성 있게 답한 적이 있는지 스스로 자문한 순간이었다”고도 밝혔다.

A교사는 “이후에도 간간히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녀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 로스쿨, 예일대, 외교부 등으로 경력을 이어나갔고, 근년에 전역하고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30대 후반에 이른 그녀는 그 기간 내내 처음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겸손함과 성실한 자세, 바른 인성으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몇 년 전 <시사iN>이 주최한 프로그램에 젊은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 그녀는 자신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것을 청소년, 청년들과 나누고자 하는 열망이 큰 사람이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프라이버시 문제로 1편에서 그녀의 가정 환경을 자세히 기술하지 않았는데, 단순한 가난이 아니다)의 자신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러저런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도록 돕고자 하는 순수하고 진지한 열망이 종교적 신념처럼 강하다”고 밝혔다.

A교사는 “조동연 교수가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발표되었을 때, 이에 관해 물론 본인과 이야기 나눈 바 없지만, 나는 왜 그녀가 정치에 발을 디뎠는지 그 동기를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그녀를 영입한 대선 후보 캠프와 정당은 자신들의 취약 지점을 보완하는 이미지 효과(젊은 세대, 여성, 군장교, 미래, 항공우주)를 노렸을 것이다. 반면 조동연은 특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나 자신이 유력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는데 주된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영입하려는 인사가 내세운 명분이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과 소명 의식에 맞닿는다고 느꼈을 것이다”며 “누군가는 정치적 경력이 전무한 조동연을 영입한 특정 정당을 비판하고, 그 자리를 수락하여 난도질 당하는 신세가 된 조동연을 어리석다 말하지만, 나는 그녀가 왜 낯선 정치판에 발을 디디려 했는지, 그 순수한 선의를 100퍼센트 아니 200퍼센트 믿는다. 그녀는 중학교를 일곱 번이나 옮겨 다녀야 했던 자신 같은 청소년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을 것이다. 따뜻한 은사들을 만난 덕분에 개인의 호의에 기대어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자신과 달리, 우리 국가가, 사회 시스템 자체가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삶의 토대를 제공해 주도록 무언가 기여하고 싶었을 것이다”고 추측했다.

A교사는 “그녀의 임명 발표를 언론 뉴스를 통해 접한 날 밤 카톡을 보냈다. 총선 비례 대표 의원 중 한명으로 영입된 것도 아니고, 여야가 사생결단으로 맞붙는 대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이란 자리가 아닌가. 이제 그녀가 여지껏 몸담은 조직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살벌한 공격이, 사생활을 포함해 모든 것을 공격할 것이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견뎌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그녀의 영입 뉴스가 화제가 된 것 이상으로 그녀의 사생활을, 10년 전 이혼 경력과 자녀를 들먹이는 잔혹한 공격이 이어졌다며 ”그 과정에서 모교 교사들은 탄식하고 비통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아는데, 우리가 조동연을 아는데, 우리가 그의 삶을 아는데, 우리는 그저 교직원 식당에서 ‘동연이 불쌍해서 어떻하나’ 누가 한마디 내뱉으면, 주변이 숙연해질 뿐이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

이어 “한 인간 존재가 그의 삶과 진실이 부정당하고, 전 국민 앞에서 부당하게 사생활이 난도질 당하는 걸 보고 있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워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다. 공직에 나선 이는 그로 인해 인권이 없는 것인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다. 특히 나와 페친 관계인 일부 지식인들이 조동연을 함부로 재단하고 충고하는 것을 보며, 깊은 슬픔과 비애를 느꼈다. 당신은 조동연에 대해 그리 함부로 말해도 좋을만한 도덕적인 삶을 살았는가요? 나는 그렇지 못합니다. 나는 나 자신보다 조동연을 훨씬 더 믿는다”고 응원했다.

A교사는 “이곳 부일에서 조동연은 약하지만 강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조동연은 작지만 큰 사람이었다. 지금의 이 시련 역시 능히 버티고 견뎌낼 걸로 확신한다”며 “무엇보다도 이 글을 조동연이 볼지 모르겠지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당신으로 인해 잠 못 이루고 함께 아파하는 이가 그대의 모교, 부일에 수없이 많다. 그러니 그대 절망 속에서 일말의 위안을 얻기 바란다. 이 광풍이 지난 후에 당신은 정치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당신이 소망한 그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나는, 당신을 믿고 응원한다.  사생활이 들추어진 것으로 인해 그대에게 실망한 것 없으니 더 이상 '많은 분을 실망시켰다'며 사과하지 말라. 우리는 이전 어느 때보다 더 조동연을 좋아하고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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