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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당국이 라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CEO 징계에 대한 판단을 또다시 연기했다. CEO 징계 여부가 연내 판가름 나기 어려울 것이 확실시되면서, 불확실했던 일부 CEO의 연임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사모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에 대해 제재 결정을 내렸다. 세 증권사에 대한 제재는 이미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됐으나, 금융위에서 최종 확정하기까지 1년이 걸린 셈이다. 

금융위는 이들 증권사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포함하거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며 투자를 권유(부당권유금지 위반)했다고 보고, 신한금투와 KB증권은 업무일부정지 6개월, 대신증권은 영업점(반포WM센터) 폐쇄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이 기간에 신한금투와 KB증권은 사모펀드를 신규 판매할 수 없다. 또한, 신한금투의 경우 외국집합투자증권이나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하는 특정금전신탁의 신규계약 체결도 금지된다.

또한 금융위는 신한금투가 총수익스와프(TRS) 관련 투자자의 위법한 거래를 감추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것(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각각 업무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18억원, 임직원 직무정지 3개월 및 면직 상당의 제재를 내렸다. 

KB증권 또한 같은 사유로 과태료 5.5억원을 부과받았으며, TRS 거래 과정에서 실제 자문을 제공하지 않고도 발행사에서 금융자문수수료를 수령한 것(부당한 재산상 이익수령)에 대해서도 1.44억원의 과태료가 추가됐다.

이번 정례회의에서 확정된 제재는 모두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된 것이다. 증권사에 대한 제재는 확정됐지만, 중요 쟁점이었던 CEO의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위반 여부(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해당 사안에 대해 “사법부 판단에 대한 법리검토 및 관련 안건들의 비교 심의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이같이 해명한 것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DLF 징계 취소 소송 1심 결과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처분받았던 손 회장은 지난 8월 금감원을 상대로 낸 징계 취소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금감원이 제시한 제재 사유 5개 중 ‘금융상품 선정 절차 마련 의무 위반’을 제외한 4개에 대해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금융사 CEO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가 규정돼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제재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은 금감원이 법적 근거 없이 제재 사유를 구성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지난 9월 해당 판결에 대해 항소하기로 결정했지만, 결론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라임사태와 관련된 증권사 CEO에게 적용된 제재 사유가 손 회장의 경우와 다르지 않은 만큼, 금융위로서도 당장 CEO 제재를 논의하기 어렵다. 제재를 확정했다가 자칫 법원에서 징계 취소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재 사모펀드 사태로 금감원에서 중징계를 받은 증권사 CEO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특히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각각 문책경고를 받은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정영태 NH투자증권 사장은 연말~내년 3월중 임기가 만료된다. 최근 증권사 실적이 양호한 만큼 금융당국의 제재까지 미뤄진다면 두 CEO의 연임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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