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

기준금리 인상 및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은행의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반면 예금금리는 정체되면서 예대금리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행의 폭리를 막아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5일 올라온 청원글에서 청원인은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인해 총량이 규제된 결과,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이어 “그럼 예금금리가 그만큼 높아졌나? 그것도 당연히 아니다. 대출금리만 높였다. 지금 예대마진이 엄청나다”며 “누구를 위한 대출규제인가... 하루빨리 금감원에서 실태파악하고 금융위에서 정책을 내리든 금감원에서 제재를 가하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87~3.38%였다. 1년 전(2.57~2.71%)은 물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전월(2.76~3.15%)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작지 않다. 지난 3일 기준 4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금리) 금리는 3.97~5.38%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8월에 비해 약 1%p 가량 높아진 상태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상승한 1차적 이유는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코픽스 등 지표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9월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제한 조치가 강화되면서 은행도 대출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가산금리는 높이고 우대금리는 낮추는 등의 대응에 나섰다. 이 때문에 지표금리 상승분 이상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한 것. 

반면 예금금리는 대출금리 상승폭을 따라잡지 못한 채 정체돼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정기예금(1년) 기본금리는 0.55~1.15% 수준으로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 최근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대출수요를 조절하다 보니 은행이 대출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굳이 예금금리를 올려 경쟁적으로 예금을 유치할 이유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오르고 예금금리는 정체되다 보니 예대금리차도 이전보다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와 순수저축성 예금금리의 차이는 지난 6월 기준 2.02%p인데, 예대금리차가 2%p 이상 늘어난 것은 201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은행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실제 4대 은행은 3분기에만 KB국민은행 7714억원, 신한은행 7593억원, 하나은행 6940억원, 우리은행 70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47.09% 증가한 순이익을 냈다. 

 

자료=한국금융연구원
자료=한국금융연구원

반면, 대출금리 상승으로 타격을 입게 된 금융소비자의 불만은 점차 높아지는 모양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인해 타격을 받는 차주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8일 발표한 ‘2022년 경제 및 금융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p 상승할 경우 전체 차주의 9.6%는 DSR이 5%p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자영업자 차주는 14.4%, 취약차주는 11.7%로 비중이 더 높다. 

DSR이 5%p 증가한다는 것은 소득의 5%를 이자비용으로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득에서 이자비용으로 나가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경기회복이 더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연구원은 “빠른 속도로 누적된 가계부채는 금리인상 시기에 금융비용을 증가시켜 민간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당분간 시장 금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예대마진 문제는 시장 가격과 관련되기 때문에 제가 직접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면 예대마진 확대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