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국가채무 비중 추이. 자료=국제통화기금(IMF)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국가채무 비중 추이. 자료=국제통화기금(IMF)

[이코리아] 여야 대선후보가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을 위한 재정 확대 공약을 내놓으면서 또다시 국가채무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31일 전국민에게 30~50만원 수준의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민 지원 규모는 1.3%에 불과해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며 “이는 재정판단의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제안을 비판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에 질세라 자영업자 보상책을 내놨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전국민 대상 지원금이 아닌 실제 피해자의 손실을 보상하는 개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100일간 50조원을 들여 자영업자가 입은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후보들의 공약은 지원 대상이 다를 뿐, 정부의 재정확대를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 때문에 정부는 두 후보의 공약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관련 질의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홍 부총리는 초과 세수를 통해 지원금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는 이 후보의 주장에 대해서는 “재원 대책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초과 세수 들어오는 것으로는 충당이 안 될 것”이라고 반박했으며, 윤 후보의 자영업자 피해보상 대책에 대해서도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재정적으로 보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IMF, “한국 국가채무 비중 2026년 66.7%까지 상승”

홍 부총리가 두 후보의 공약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현재 국가재정이 위기에 빠졌기 때문은 아니다. 실제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정부의 이자지출 비용에 대한 질의를 받자 “국가채무 이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은) 연간 18조~20조원 정도의 이자가 나간다.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수준”이라고 설명했는데, 한국의 GDP 대비 이자 비율은 1% 수준이다. 

현재 국가재정이 건전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홍 부총리가 여야 후보의 재정확대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인 이유는 향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져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국가채무 비중이 오는 2026년 66.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말 기준인 51.3%보다 15.4%p 상승한 수치로, IMF가 선진국(Advanced Economy)로 분류한 35개국 증 상승폭이 가장 크다. 

상승폭이 두 번째로 큰 체코도 한국의 절반 수준인 8.7%p였으며, 싱가포르와 홍콩을 제외하면 6%p 이상 상승하는 곳도 없었다. 오히려 G7 국가의 경우 평균적으로 3.2%p 가량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IMF는 “글로벌 금리가 예상보다 급격히 상승하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신흥 시장의 취약성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많은 나라에서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 완충지대가 복구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어 “재정적으로 취약한 국가는 국민을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위기를 대비해 재정 여력을 보존할 것인지 사이의 냉혹한 선택에 직면했다”며 “하지만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통해 시간과 여유를 벌 수 있다. 만약 채권자가 정부의 재정적 책임의식을 신뢰한다면, 적자재정은 더 쉬워지고 비용도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점 따라 달라지는 국가채무 증가폭

IMF는 코로나19 경제회복을 위한 적자재정정책 자체를 반대한다기 보다는 급격한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국가채무 남발로 일관되고 지속적인 재정정책에 실패할 경우 오히려 회복 속도가 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IMF가 제시한 한국의 국가채무 상승 속도를 다른 시각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8일 YTN 라디오 ‘생생경제’에 출연해 “증감율은 시점을 어떻게 끊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진다”며 IMF 보고서를 일방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다양한 지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다른 선진국들은 굉장히 많은 재정적자를 감내를 했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보다 재정적자를 감내한 것이 좀 적다”며 “우리나라는 지난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그렇게 재정적자 비율이 심각하지 않으니까 2020년부터 2026년도까지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인 건 맞지만 시점을 다르게 끊으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47.9%로 전년(42.1%) 대비 5.8%p 증가했다. 이는 조사 대상 35개국 중 8번째로 낮은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35개국 전체 평균(한국 포함)은 103.8%에서 122.7%로 18.9%p나 증가했는데 이는 한국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이미 다른 국가들은 2020년에 재정적자를 크게 늘려놨기 때문에 2021년~2026년 사이의 상승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반면, 2020년 재정적자 증가폭이 작은 한국은 같은 기간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 

실제 2019년부터 2026년으로 시점을 달리 하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증가폭은 24.6%p로 더욱 커지지만, 선진국 평균 또한 -3.0%p 감소하는 것에서 14.8%p 증가하는 것으로 방향이 바뀐다. 여전히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르지만, 선진국들도 코로나 이전보다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같은 셈이다. 

국가채무와 관련해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입장과, 경제회복을 위해 재정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대선 주자들의 주장은 대선 정국이 격화됨에 따라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IMF가 말한 대로 미래를 위한 ‘재정 여력 보존’과 현재를 위한 ‘국민 지원’ 중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여야 대선 주자들과 정부가 각자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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