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출처=연방준비제도(Fed)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출처=연방준비제도(Fed)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이코리아] 미국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선언하면서 긴축의 첫 발을 뗐다. 우리 금융당국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물가가 뛰고, 가계 부채가 위험수위에 이른 걸 고려했다지만 금리 상승이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과 3일(현지시간)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하고 이달부터 자사매입 규모를 매월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연준, 테이퍼링 향후 8개월 동안 매월 150억달러씩 진행

테이퍼링 속도는 9월 FOMC 의사록에서 논의한 '향후 8개월 동안 매월 150억 달러씩' 진행될 예정이다. 연준은 이달 말부터 국채 매입 금액을 100억 달러, MBS 매입 금액을 50억 달러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12월 중에는 같은 규모로 한 단계 더 매입 금액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매월 150억 달러씩 매입 규모가 축소될 경우 테이퍼링 종료 시점은 2022년 6월이다. 

연준은 12월 이후에도 비슷한 속도로 매달 매입 규모를 줄이지만, 경제전망이 달라지면 속도를 조절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보다 큰 폭으로 높아졌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테이퍼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매우 투명하게 소통해서 시장이 놀라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의식해 테이퍼링을 개시했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있어서는 신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상황에 달려있고, 인내심을 가지는 게 적절하다"고 밝히면서 금리인상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언급되는 '최대고용' 달성까지 아직 갈 길이 남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테이퍼링이 마무리되는 내년 중순 이후부터 금리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번 결과가 예상된 수순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산 매입축소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연준의 결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미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협상 등 다른 요인이 겹치면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FOMC 결과 관련 상황점검회의에서 "연준 회의 결과가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며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테이퍼링 속도, 금리 인상 시기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필요 시 국고채 매입 등 시장안정화 조치를 하기로 했다.

◇한은, 25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여부 결정

연준이 예상대로 테이퍼링을 단행한 만큼 한은도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10월 통화정책 방향회의에서는 연 0.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일 발표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동결 결정을 내린 지난달엔 금통위 위원 2명이 물가와 가계 빚 등을 이유로 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이미 내놨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년 8개월 만에 전년동월대비 3%대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데다 미국의 긴축 움직임 시작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자료=한국개발연구원)
(자료=한국개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는 4일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빚이 늘어난 고부채 국면에서 금리를 올리면 경기 회복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최근 민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금융불안 가능성을 축소하기 위한 정책대응이 요구된다. 최근의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감독 강화 등은 금융안정성의 강화를 주목적으로 수행된 정책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존재하나, 이와 동시에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음을 감안하여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부채 국면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 저부채 국면(-0.08%포인트)보다 금리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2배 정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아직까지 우리 경제가 견고한 회복 단계에 접어들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이 경기에 미칠 부작용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 

아울러 코로나19 위기에서 경제주체별로 불균등한 충격을 받은바, 금리인상이 취약계층의 채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천 위원은 전했다. 

천 위원은 “금리인상만으로 민간부채 증가세를 단기간에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경기회복세 저하 등의 부작용도 존재한다”면서 “금융불안 완화에 더욱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거시건전성정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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