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전지구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에도 녹색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 6곳은 지난달 29일 KRX 기후변화 솔루션지수 ETF를 각각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7월 발표한 ‘KRX 기후변화 솔루션지수’는 기후위기 대응에 특화된 기업을 편입한 지표로, ‘저탄소 전환점수’ 상위 20개 종목과 ‘저탄소 특허점수’ 상위 20개 종목 등 총 4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저탄소 전환점수에는 에코프로비엠, 삼성SDI, 한화솔루션 등이, 저탄소 특허점수에는 LG화학,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기업이 선정됐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6개의 ETF는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기업이 아니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예상되는 위험을 관리할 역량이 충분하고 탄소 감축 기술을 보유해 높은 경쟁력까지 갖춘 기업들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셈이다.

이 가운데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출시한 상품은 비교지수 대비 초과수익 실현을 목표로 종목, 매매시점 등을 매니저의 재량으로 결정해 운용하는 액티브 ETF다. 나머지 5개 상품은 기초지수 구성종목을 모두 편입하는 실물·완전 복제 방식을목표로 자산을 운용한다.

국내 증시에 기후위기 관련 ETF가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9월 30일 삼성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3개 자산운용사가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ETF 4종을 각각 출시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ESG 열풍을 타고 다수의 ESG 관련 ETF가 등장해 현재까지 쏠쏠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이처럼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은 전지구적인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각국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경쟁적으로 감축 목표를 내세우면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모든 기업의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탄소감축 역량 자체가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조명받고 있으며,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등 새로운 먹거리도 등장하는 추세다. 

게다가 각국 정부가 앞다퉈 ‘그린 뉴딜’을 외치며 엄청난 자금을 쏟아붇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2035년까지 1.7조 달러의 연방예산을 그린뉴딜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또한 1조 유로 이상의 유럽그린딜 투자 계획을 통해 그린 모빌리티, 재생에너지, 건물 에너지 효율화, 청정 및 순환 경제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저탄소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기후변화 솔루션지수 ETF와 같은 상품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6개 ETF의 초기 설정액은 미래에셋자산운용 700억원, 삼성자산운용 500억원, 타임폴리오자산운용 200억원 등 총 1640억원으로 적지 않다. 이는 앞서 출시된 메타버스 ETF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다만 기후변화 솔루션 ETF 또한 ‘테마형’ 펀드의 일종으로 분야가 넓지 않아 자칫 유행이 지나면 거래가 줄어들고 수익이 떨어질 위험도 있어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새로 출시된 기후변화 솔루션 ETF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마성 ETF로 출범했지만 일견 포트폴리오 구성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며 “포트폴리오가 우량 기업들로 구성돼 단기적으로 큰 흔들림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이어 “기후변화,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섹터에 신뢰가 있다면 장기투자도 고려할 수 있겠다”며 “5개 펀드가 패시브 방식으로 운용되는 만큼, 장기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다음 지수 변경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포트폴리오가 변경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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