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CEO가 12일 본사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12일 본사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이코리아] 인적분할을 앞두고 지난 26일부터 한 달간 거래정지에 들어간 SK텔레콤을 두고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설회사인 SK스퀘어의 주가가 재상장 후 어떤 흐름을 보일 지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통신사업을 맡은 존속회사 SK텔레콤과 정보통신기술(ICT) 투자 전문회사인 신설회사 SK스퀘어로 인적분할할 것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10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주식매매 거래정지 기간을 거쳐, 11월 29일부터 존속·신설회사로 분리돼 재상장할 예정이다. 

통신사업과 비통신사업을 분리해 사업 특성에 맞는 최적의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추는 한편, SK하이닉스를 지주사 SK의 손자회사에서 중간지주사(신설회사)의 자회사로 이동시켜 투자 제약을 해소하는 것이 이번 인적분할의 목표다. 

SK텔레콤의 분할 결정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과거 LG화학, SK이노베이션, 카카오 등 대기업 자회사의 분할 당시보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편이다. 흔히 ‘쪼개기’ 상장으로 불리는 물적분할의 경우, 핵심 사업부가 분리되면서 존속회사 주가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데다, 존속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에게는 주어지는 것이 없다. 

반면, SK텔레콤의 경우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주주에게도 신설회사 주식을 배분한다. 또한 이번 분할을 통해 그동안 통신사업에 가려져 있던 신성장 사업의 가치가 재조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실제 물적분할 발표 후 주가가 하락했던 다른 사례들과 달리, SK텔레콤 주가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이 최종 의결된 지난 12일부터 거래정지 전날인 25일까지 30만500원에서 30만95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 증권가, 신설회사 'SK스퀘어' 기업가치에 주목

문제는 다음 달 29일 재상장 후의 주가 흐름이다. 증권가에서는 존속회사인 SK텔레콤보다 신설회사 SK스퀘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신사업의 안정성과 높은 배당성향을 고려할 때 SK텔레콤의 주가는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신성장 사업을 모아놓은 SK스퀘어의 가치는 평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가에서 예측하는 분할 후 존속·신설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을 21~29조원 수준으로 격차가 크다. 존속회사인 SK텔레콤의 기업가치는 대략 17조원 안팎으로 비슷하게 예측되고 있지만, 신설회사 SK스퀘어의 가치에 대해 물음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원스토어 등 SK스퀘어 자회사의 기업가지 23.9조원에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 50%를 적용해 신설회사 기업가치를 12조원으로 제시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분가치 21.2조원에 NAV 대비 할인율 50%를 적용한 10.6조원이 SK스퀘어의 적정 기업가치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지주사는 NAV 대비 5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SK스퀘어의 주가도 지주사 할인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증권가는 상장 후 SK스퀘어 자회사의 가치가 재평가됨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반 지주회사의 평가 방식대로 SK스퀘어의 가치 측정 시, 예상 시가총액은 6~8조원 수준이지만 SK스퀘어를 일반 지주회사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상장 자회사 중심으로 순자산가치(NAV Value)가 구성된 일반 지주회사와 달리 SK스퀘어에는 SK그룹의 핵심 플랫폼, 콘텐츠 자회사가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당장 측정된 NAV 절대 규모보다는, 플랫폼, 콘텐츠 분야에서 SK스퀘어 자회사의 역량이 어떤 수준으로 평가 받는가에 따라 SK스퀘어의 시가총액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며 “개별 서비스의 잠재력이 충분히 높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지주회사 할인율보다는 개선된 수준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SK스퀘어의 지분가치 중 가장 비중이 큰 SK하이닉스 주가가 한동안 하락세를 보인 데다, 콘텐츠, 커머스 등의 신성장 분야 경쟁력이 카카오·네이버·쿠팡 등 기존 빅테크에 아직 부족하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인이다. 

또한, 인적분할이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 방식이라고 해도, 올해 인적분할 후 재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항상 상승한 것은 아니었다. 패션기업 F&F 경우 지난 5월 인적분할 이후 신설회사 주가가 두 배 이상 상승한 반면, 같은 달 LG의 인적분할로 출범한 LX홀딩스의 경우 주가가 분할 직후 1만2000원에서 27일 종가 기준 9090원으로 24%가량 하락한 상태다. 

한편, SK텔레콤의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는 오는 11월 29일 재상장될 예정이다. 인적분할을 결정한 SK텔레콤의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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