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 회원들이 '은행 점포폐쇄 중단 및 감독당국의 점포폐쇄 절차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임해원 기자
2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 회원들이 '은행 점포폐쇄 중단 및 감독당국의 점포폐쇄 절차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임해원 기자

[이코리아] 국내은행의 점포 폐쇄가 가속화되면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와 금융정의연대는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의 경쟁적인 영업점 폐쇄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은행이 수익 하나에 혈안이 돼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지속해 나간다면 금융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연령과 거주지에 따른 금융 격차를 확대시키는 사회적 혼란을 자아낼 수 밖에 없다”며 “비대면 거래 증가를 이유로 상대적으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지 못한 노년층 거주지를 중심으로 영업점을 폐쇄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들어 은행의 점포 폐쇄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국내은행 전체 점포 수는 7281개였으나 올해 상반기 기준 6326개로 955개나 줄어들었다. 특히 2017년 312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 이후 2018년 23개, 2019년 57개 등 감소폭이 줄어드는 듯 보였으나, 지난해 무려 304개의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다시 감소폭이 급증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비대면 금융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온라인 거래가 익숙지 않은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에게 대안 없는 점포 폐쇄는 금융 접근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내은행은 이미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마련해 시행 중이지만 자율규제만으로 점포 폐쇄 속도를 늦추기는 쉽지 않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영업점 폐쇄 문제는 지난 금융노사 산별교섭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였다”며 “단지 폐쇄 전에 노조와 협의라도 해달라는 요청조차 거절당했다”라고 은행권의 태도를 비판했다.

물론 금융당국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해 점포 폐쇄 전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사전영향평가를 반드시 실시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당국에 보고하도록 한 바 있다. 지나친 점포 폐쇄로 인한 금융접근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노조 측은 해당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은행 점포 폐쇄 시 ‘사전영향평가’를 하는 것이 의무화됐지만, 출장소 전환이나 ATM 운영 등 갖가지 대체수단을 허용하고 ‘지역 내 자행·타행 위치’를 고려사항에 포함시켰다”며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지역 내 대체할 지점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영업점을 폐쇄하는 등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도리어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의 조치가 있었음에도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이미 161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으며, 오는 12월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약 100여개의 점포가 추가로 폐쇄될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오직 수익을 키우기 위한 은행의 대규모 점포 폐쇄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지속된다면 현장에서의 소통에 기반한 따뜻한 금융, 포용적 금융은 머지않은 시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며 “금융산업의 공공성을 지키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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