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두 차례나 상장을 미뤘던 카카오페이가 드디어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고평가 논란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관련 규제 등 악재의 영향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20~21일 진행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500대 1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는 수요예측 첫날부터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튿날 블랙록·싱가포르투자청(GIC) 등 대형 해외 투자자들이 참여한 것을 고려하면 유가증권시장 역대 최고 기록인 SKIET(1883대 1)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가 또한 희망범위 최상단인 9만원으로 결정됐다. 공모가 기준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은 약 11조7000억원 수준이다.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오는 25~26일 진행될 일반 투자자 청약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국내 IPO 사상 최초로 일반 청약 물량 전부를 균등배정하기로 해 소액 투자자들의 참여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가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약 1조5300억원이다. 

◇ 고평가·금융규제 이슈, 주가 영향 있을까?

다만 기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 향후 일반 청약 흥행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 두 차례나 상장 일정을 미루게 한 악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지난 7월 금융당국에 IPO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정정 요구를 받고 상장 일정을 미룬 바 있다. 비교 대상으로 꼽은 해외 기업의 적정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 

당시 카카오페이는 비교 대상 기업으로 미국의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을 비롯해 스퀘어, 파그세구로 등을 선정했는데, 페이팔과 스퀘어의 시가총액이 각각 약 400조원, 100조원에 달해 10조원대의 카카오페이와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카카오페이는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며 비교군에서 페이팔과 스퀘어를 빼고 미국의 인공지능 핀테커 업체 업스타트와 브라질 핀테크 업체 스톤을 추가했다. 공모가 또한 6만3천원~9만6천원에서 6만~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비슷한 이유로 정정 요청을 받고 공모가를 하향한 크래프톤의 경우 일반 청약 흥행 부진과 상장 직후 주가 하락이라는 문제를 겪어야 했다.

금소법으로 인한 규제 이슈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금융플랫폼이 제공하는 금융상품 비교추천 등의 서비스가 ‘광고’가 아닌 ‘중개’에 해당한다며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내세운 바 있다. 이후 카카오페이는 보험상품 서비스 등을 중단하고 펀드 서비스 또한 판매 주체가 ‘카카오페이증권’임을 명시하는 식으로 개편했다. 증권신고서 또한 지난달 24일 자진 정정한 뒤 상장 일정도 10월 14일에서 11월 3일로 다시 연기했다. 

◇ 알리페이 차익실현 나설까? 오버행 가능성 고려해야

반면, 증권가에서는 금소법으로 인한 규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무엇보다 금소법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의 비중이 비교적 작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카카오) 주가 급락 원인이었던 카카오페이의 온라인 금융상품 중계 금지와 관련해서 중단된 서비스(P2P 투자, 보험상품 비교추천)가 2021년 반기 기준 카카오페이 전체 매출액 중 1.2%에 불과하다”며 “카카오페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카카오페이가 금소법 규제 이슈 해소를 위해 관련 라이선스 취득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공모가 이상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의 적정 기업가치는 지급결제와 금융서비스의 SOTP로 산출되는데, 지급결제 4.9조원, 금융거래 9.6조원을 합산한 기업가치는14.4조원”이라며 적정주가로 11만원을 제시했다.

다만 상장 후 잠재적 매도물량이 대거 쏟아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카카오페이 2대 주주인 알리페이가 보유한 지분 중 3712만755주(28.47%)는 상징 직후 즉시 유통이 가능하다. 여기에 신주 물량 1360만주(10.44%)를 더하면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38.91%에 달한다. 물론 알리페이가 상장 직후 카카오페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으나, 카카오페이 또한 증권신고서에 유통가능 물량으로 인한 주가 하락 가능성을 명시한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카오페이 일반 청약은 오는 25~26일 대표주관사인 삼성증권과 공동주관사 대신증권, 인수단인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진행된다. 청약 물량은 삼성증권이 최대 276만주로 가장 많고, 그 뒤는 대신증권 127만주, 한투증권 85만주, 신한금투 21만주 등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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