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순번제’ 논란과 ‘대출중단’ 등으로 출범 초기부터 곤란을 겪었던 토스뱅크가 신규 가입을 재개하고 인터넷은행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가입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대출규제로 인한 반쪽영업이 계속될 경우 건전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장점은 간편함과 신속함, 혜택 유지 여부 관건

토스뱅크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함과 신속함이다. 대기 순번이 60만번을 넘었던 기자는 지난 13일 신규 가입이 재개된 이후에야 직접 계좌 개설을 시도할 수 있었는데, 전체 과정은 채 1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편했다. 계좌 개설 및 카드 신청 과정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부분은 체크카드의 네 가지 색상 조합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고르는 것일 정도였다. 

특히 토스 앱(Application)에 타 은행 계좌를 등록해둔 기존 가입자의 경우, 본인인증 과정에서도 별도의 인증 앱을 사용하거나 인증번호를 입력할 필요 없다. 토스가 직접 연동된 계좌에 1원을 입금한 뒤 이를 알아서 확인해 인증 절차를 완료하기 때문. 실제 계좌 개설 과정에서 가입자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은 신분증 촬영 정도다. 기자의 경우 타 금융 앱 이용 시 신분증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아 여러 번 재촬영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토스뱅크의 경우 별다른 오류를 발견할 수 없었다. 

수령한 체크카드를 등록하는 과정 또한 별도의 절차 없이 휴대폰에 카드를 잠시 밀착시키기만 하면 자동으로 완료됐다. 대출 또한 추가로 정보를 입력할 필요 없이 빠르게 한도 및 금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존의 금융 앱과 달리 토스뱅크에서는 어떤 절차도 1분을 넘기지 않았다는 점이 사용자 경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다. 

가장 많이 비교되는 카카오뱅크에 비해 토스뱅크가 가진 장점은 별도의 연동 앱을 설치하거나 구동할 필요 없이 ‘토스’라는 하나의 통합 앱으로 필요한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뱅 앱’ 하나로 모든 기능을 처리하기보다는 알림, 결제, 투자 등의 기능을 카카오톡·카카오페이 등으로 분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토스의 경우 별도의 앱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토스 앱에 토스뱅크 탭을 추가한 정도다. 카카오뱅크로 비교하자면 뱅크 앱과 페이 앱이 하나로 합쳐진 셈이다. 

통합 앱 전략 덕분에 토스뱅크의 경우계좌 개설부터 본인인증, 입출금 등 여러 기능을 사용할 때 사용자가 토스 앱을 떠날 필요가 없다. 토스뱅크를 별도로 구분 짓지 않고 토스라는 통합된 금융서비스로 전시함으로써 사용자가 토스 앱에 머무르는 시간을 연장시키고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유도하는 전략인 셈이다. 다만 2천만명의 사용자와 계속 늘어나게 될 금융서비스를 고려하면 향후 무거워질 앱의 속도를 어떻게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 입금, 체크카드 사용 후 이자 및 캐시백이 지급된 모습. 사진=토스 앱 갈무리
토스뱅크 입금, 체크카드 사용 후 이자 및 캐시백이 지급된 모습. 사진=토스 앱 갈무리

사전 신청자 160만명을 모은 원동력 중 하나인 연 2%(세전)의 입출금 통장과 최대 월 4만6500원의 체크가드 캐시백 또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은행의 입출금통장에서 토스뱅크로 돈을 옮겨둔 지 하루 만에 이자가 입금됐고, 편의점에서 처음 체크카드를 사용하자 결제와 동시에 300원이 계좌로 돌아왔다. 카드 뒷면에 카드번호나 CVC를 표기하지 않고 앱으로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좋은 선택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현재 토스뱅크와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는 파킹통장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연 2%와 비슷한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은 있지만 대부분 예치금 중 일정 한도까지만 이자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웰컴저축은행의 ‘비대면 보통예금’의 경우 3천만원 이하의 예치금에 1.5%, 3천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0.5%의 금리를 적용한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세이프박스’의 한도를 1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10배나 늘렸지만 금리는 연 0.8% 수준이다. 반면 토스뱅크는 제한 없이 2%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이를 뛰어넘는 파킹통장이 출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토스 앱 갈무리
사진=토스 앱 갈무리

◇ 대출규제로 수익 제한... 증자 일정 앞당길까?

인터넷전문은행의 막내인 토스뱅크는 오랜 기간 토스 앱을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편안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실적 제한 없는 캐시백과 무제한 2% 파킹통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 폭증의 원동력인 여러 혜택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대출규제로 은행의 주 수익원 중 하나인 여신 업무가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이 정한 올해 대출한도 5천억원을 영업 9일 만에 모두 소진하면서 연말까지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대출한도를 8천억원까지 늘려달라는 요구 또한 금융당국으로부터 거절당하면서 사실상 연말까지 ‘반쪽영업’을 이어가게 됐다. 

최근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빗장을 열기로 했지만, 토스뱅크는 해당 서비스를 내년부터 출시할 예정이라 카카오뱅크 등 다른 인터넷은행과 달리 영향이 없다. 예대마진이라는 수익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자칫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출범 한 달 만에 대출액이 1.4조원을 넘긴 카카오뱅크와는 처지가 전혀 다르다.

한편 토스뱅크는 증자를 통해 비용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토스뱅크느 2025년까지 1조원의 증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증자 일정을 앞당겨 출범 초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것. 통합 앱 전략과 과감한 금리 혜택 등으로 금융소비자의 눈길을 모은 토스뱅크가 대출규제라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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