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생명
사진=삼성생명

[이코리아] 법원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소송에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NH농협생명 외에는 보험사가 패소를 거듭했던 만큼, 이번 판결이 향후 항소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보험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이원석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삼성생명의 보험금 청구 소송과 한화생명의 원고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1심에서 각각 보험사 승소 판결을 내렸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보험사에게 목돈을 맡기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얻은 수익으로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매달 지급해야 할 연금에서 일부 금액을 공제했는데, 가입자들은 보험사가 이러한 부분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공제한 부분을 환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즉시연금 분쟁에서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 분재조정위원회는 보험사가 약관에 연금액 산출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미지급한 보험금을 지불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분조위 권고룰 불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재까지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NH농협생명을 제외하면 보험사 측이 즉시연금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첫 번째 사례다. 실제 농협생명 승소 이후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등은 즉시연금 1심에서 줄줄이 패소했다. 삼성생명 또한 지난 7월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농협생명과 다른 생보사의 소송 결과가 엇갈린 것은 약관의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의 경우 약관에 “가입 후 5년간 연금 월액을 적게 해 5년 이후 연금 계약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재판부 또한 해당 내용을 통해 농협생명이 만기환급금 재원을 공제한다는 사실을 명확시 설명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다른 생보사의 경우 이러한 내용을 약관에 적어놓지 않아 재판부로부터 설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학계에서도 보험사가 미지금급을 환급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열린 한국보험학회 제1차 정책세미나에서 “생존연금월액은 보험자가 설명하여야 할 중요한 사항이고, 이를 설명하지 않은 이상 보험자는 설명의무 위반”이라며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법원 판결을 지지했다. 

하지만 기존 판결이나 학계의 해석과 달리 이번 재판에서는 법원이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즉시연금 소송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당국에 제출한 보험료 산출방법서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명시했으며, 그에 따라 도출된 결과를 가입설계서에 예시했다며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해왔다. 아직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승소 이유는 확인할 수 없지만, 보험업계는 보험사들의 주장을 법원이 수용한 것 아니냐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법원이 이번에도 보험사 손을 들어주면서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실제 법원은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과 흥국생명이 제기한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관련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모두 금융사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판단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사태가 이어진다면, 향후 사모펀드 등과 관련된 징계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반면 삼성생명은 이번 승소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는 약 5만5000명, 4300억원으로 생보사 중 가장 많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지난 2분기 즉시연금 소송 패소를 대비해 충당금을 2779억원이나 적립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3.9%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승소로 관련 리스크를 일부 해소하게 되면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현재 즉시연금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보험사들은 모두 항소한 상태다. 또한 KB생명도 즉시연금 1심을 앞두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승소가 향후 이어질 즉시연금 소송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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