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KB증권
제공=KB증권

[이코리아] 4분기 물가상승이 전 세계적으로 핫이슈다. 경기 둔화에도 물가가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확대되는 추세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5.4% 올라 최악의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거서비스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3.3% 상승했다.

2분기 인플레이션 급등의 주요 요인이었던 중고차 가격은 만하임 중고차 지수 반등에도 불구하고 전월대비 0.7%를 하락하면서 2개월 연속 내림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가격 레벨은 높은 수준으로 물가상승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 9월 물가 상승, 에너지 가격이 주도

특히 이번 달 물가상승은 에너지 가격이 주도했다. 9월 중 유가 가격이 급등하면서 휘발유 가격이 24.8% 상승함에 따라 전체 물가상승에 1.2%포인트 기여했다. 

9월 이후 원자재 가격이 다시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이어지면서 19개 주요 원자재 선물 가격을 평균한 CRB 지수가 10월 12일 기준 8월말대비 8.1% 상승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생산비를 올릴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상품 가격에 전가함으로써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생산비 부담에 따른 주요 글로벌 생산기지의 생산 차질은 공급망 해소 시점을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과 유럽 생산자물가는 8월에 각각 9.5%, 13.4%로 높아졌으며 주요국 소비자물가의 상방 압력도 높아졌다. 상승 기세가 누그러지던 미국 소비자물가도 재차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시장 분석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지 않아도 미국 소비자물가는 연말 6%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물가가 높아지며 스태그플레이션의 기운도 감도는 것.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IMF는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경기회복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들에게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위험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최근 전 미국 재무부 장관 서머스,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블랑샤 등은 과거 70년대와 유사한 '더 그레이트 인플레이션'(The Great Inflation)이 발생할 것을 경고했다. 

더 그레이트 인플레이션은 1965년부터 1982년까지 글로벌 경제를 지배하는 이슈였다. 무려 17년에 걸쳐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했던 것.    

지난 9월 11일(현지시간)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부 장관은 블룸버그 TV ‘월스트리트 위크’ 인터뷰에서 “우리가 카터 시대의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 같은 것에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의 거의 모든 실수를 반복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지는데 일조할 것으로 경고했다. 

뉴욕 연방은행에 따르면 1년 후 물가 상승률은 5.3%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는 11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며,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1970년대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졌던 데는 곡물과 원유 등의 가격 충격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한 게 결정타였다. 이에 추세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이 나타나기 위해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상승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에너지 가격 안정 여부, 주택가격에 연동된 주거비 상승 등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2022년에 정말 확인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하락할 지 여부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물가 전망

14일 KB증권 김효진 연구원은 “아직 추세적인 인플레이션으로의 확장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1년의 물가 상승이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목현상의 완화, 동절기 난방 수요 마무리, 중국 동계올림픽 이후 공장 가동 정상화, 기저효과 등이 더해지며 2022년 1분기 이후 글로벌 물가 상승률은 하향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중기적으로는 1970년대와 달리 마이너스 진입을 앞두고 있는 인구,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분배 및 디레버리지 우선 정책이 수요 전망을 둔화시키며 인플레이션의 지속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 이다은 연구원도 "G2의 경기 둔화세로 올해 글로벌 경기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시점“이라면서 ”현재까지는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가속화하기보다 각국 정부가 공급병목현상, 원자재 공급 부족 등 인플레이션 유발 요소들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더욱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