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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코로나19 대응 책임자인 크리스 힙킨스 보건부 장관. 출처=뉴질랜드 보건부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이코리아] 코로나19 근절을 위해 ‘제로 코로나’ 전략을 고수했던 뉴질랜드가 델타 변이에 봉쇄를 풀었다. 

미국 CNBC·CNN 등 외신은 4일(현지시간) 뉴질랜드가 델타 변이 때문에 '제로 코로나‘(Zero Covid) 야망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도 채택된 제로 코로나 전략은 지역사회 전염을 제거하기 위해 한 명 혹은 소수의 사례만 탐지돼도 엄격한 봉쇄 및 강력한 접촉 추적 시스템, 검역 명령 등이 포함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확산 통제를 위한 제로 코로나 전략을 더 이상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오클랜드 지역에서 코로나19의 경보 3단계 규제를 몇 주에 걸쳐 단계적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대유행 초기 국경을 폐쇄한 후 4409명의 코로나19 감염과 27명의 사망만을 보고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발한 국가 중 가장 낮은 사례 수치다.

뉴질랜드는 올해 2월 말부터 약 6개월 동안 지역사회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은 '코로나 청정국'으로 꼽혔다. 이후 델타 변이로 촉발된 8월에도 오클랜드에서 완전 봉쇄 정책을 폈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6주 이상의 이동제한에도 불구, 최근 24건의 새로운 사례가 보고됐다. 

제로 코로나 전략 포기는 오클랜드 시의 봉쇄가 델타 변이를 막는 데 실패한 후에 나왔다. 뉴질랜드 정부는 향후 뉴질랜드 전역에서 백신 접종을 폭넓게 진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뉴질랜드 보건부에 따르면 적어도 12세 이상 인구의 약 49%는 백신을 완전히 접종했으며, 79%는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았다. 빠르면 다음 달부터 음악 축제나 기타 대규모 공공행사에서는 백신 인증을 요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질랜드와 비슷하게 강력한 봉쇄정책을 폈던 호주도 지난 9월 28일부터 멜버른 전역에서 코로나19 규제를 다소 완화했다.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지난 8월에 호주 정부가 국가 예방접종 목표인 80%에 도달하면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 11월 중에 백신접종을 완전히 받은 시민들과 영주권자들을 위해 국경재개를 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비시민권자의 해외 입국은 내년까지 재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렌스 영 워익 대학 분자종양학 교수이자 바이러스 학자는 이날 CNBC에 "뉴질랜드와 호주의 강력한 팬데믹 규제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계속된 강력한 규제는 개인과 사회에 피해를 주고 있다. 세계가 개방됨에 따라 제로 코로나 정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이 경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전 세계 백신 출시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함으로써 바이러스가 퍼지고 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상황은 다르다. 중국, 대만, 홍콩에서는 아직 제로 코로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전략으로 이 지역의 코로나 감염 사례와 사망률은 유럽과 미국보다 훨씬 낮게 유지되고 있다. 미국·유럽에선 70만3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홍콩 중국 대학의 교수인 데이비드 후이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백신 접종률이 더 높아질 때까지 ‘위드 코로나’ 전략을 재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나 서구 국가들과 대조적으로, 홍콩의 전반적인 예방접종률은 너무 낮다. 70세 이하 노인의 예방접종률은 30% 수준“이라면서 ”(제로 코로나 전략을 포기한다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많은 노인들이 심각한 질병에 걸릴 것이고 우리의 건강 관리 시스템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지난 7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시아의 제로 코로나 시장은 2021년 내내 엄격한 국경 통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대량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는 2022년 초부터 완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로 코로나 전략을 채택한 아시아 국가 사망률은 세계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낮았고 경제적 영향도 덜했다. 이에 올해 아시아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낮은 경기 침체율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EIU는 "만약 나머지 국가들이 유사한 접근법을 채택했다면 제로 코로나는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증명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제 세계 경제가 다시 개방되면서 제로 코로나 전략은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저평가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EIU는 중국과 대만이 국경을 넘는 자본과 인재의 흐름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제로 코로나 전략을 강력하게 유지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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