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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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사모펀드 사태, 암 보험금 등과 관련된 각종 제재 안건이 금융위원회에서 수개월째 계류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연내 처리가 불확실해졌다. 조속한 처벌을 요구하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제재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금융사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암 보험금 미지급건과 관련해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처분받은 바 있다. 하지만 통상 1~2개월 내 징계 결정을 내렸던 관행과 달리 금융위는 금감원이 제재안을 올린 지 10개월이 지나도록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안건소위원회가 열려 해당 안건이 재논의됐지만, 여전히 징계 수위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제재안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삼성생명뿐만이 아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감원에서 금융위 안건소위에 올린 안건 중 2회 이상 부의된 안건은 총 37건이었다. 이 가운데 2회 이상 부의된 안건은 총 37건(2회 29건, 3회 7건, 6회 1건)이었으며, 삼성생명은 6차례나 논의돼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기간별로는 1달 이상이 19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204일이나 걸린 안건도 3건이나 됐다. 

아직 안건소위에서 검토 중인 안건은 총 8건으로 이 중에는 라임·디스커버리 펀드 사태 등과 관련된 금융사 제재안도 포함됐다. 라임 펀드 관련 제재안이 안건소위에 부의된 것은 지난 2월, 디스커버리는 지난 6월이다. 각각 200일, 100일이 넘게 결론이 지체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법원에서 금융당국의 제재안에 대해 연이어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이 금융위의 제재안 처리 속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법원은 지난 8월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부과한 중징계에 대해 법적 근거가 부실하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 9월에는 흥국생명이 금융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 흥국생명이 태광그룹 계열사가 판매하는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는 등 대주주 거래제한 조항을 위반했다며 1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펀드 판매 관련 최고경영자 책임 문제나 대주주 거래제한 문제는 현재 계류 중인 제재안과도 연관돼있다. 법원에서 해당 문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아닌 금융사의 손을 들어준 만큼 금융위도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계속해서 결론이 미뤄지면서 피해자와 금융사 모두 불만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금융사 입장에서 제재 일정이 지연되면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제재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연장된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진출이 금융당국의 징계로 인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징계를 의결하면 그 뒤부터 1년간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되는데, 정례회의는커녕 안건소위에서도 의견이 정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사태의 피해자들도 금융당국에 조속한 처벌과 명확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6일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독일헤리티지펀드, 젠투파트너스 등 수많은 펀드의 검사와 제재 분쟁조정 일정은 아직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의 국정감사에서는 사모펀드 사태를 일으킨 각 금융사 수장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현재 금융위에서 잠자고 있는 금감원의 제재 건의안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질책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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