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쇼크', 14년 전 '리먼 사태'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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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쇼크', 14년 전 '리먼 사태'와 다른 이유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9.2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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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규모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 Evergrande) 그룹이 파산 위기에 직면하면서, 2008년 리먼 사태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주요 투자은행 등은 헝다 그룹과 리먼 브라더스가 직면한 리스크의 성격이 다르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는 모양새다.

헝다그룹의 부채 총액은 지난 6월말 기준 1조9665억 위안(한화 약 360조원)으로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101조5989억 위안)의 약 2%에 해당한다. 이처럼 과잉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확장해온 헝다그룹은 최근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워 부동산 규제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부딪히게 됐다. 

헝다그룹이 오늘(23일)까지 갚아야 할 이자 총액만 우리 돈으로 약 1400억원이 넘는다. 헝다그룹은 전날 성명을 내고 위안화 채권의 이자 2억3200만 위안(424억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 3월 만기 달러화 채권의 이자 8353만 달러(987억원)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설령 오늘을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29일 4750만 달러의 이자를 추가로 지급하는 등 연말까지 6억 달러 이상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첩첩산중으로 중국 정부 또한 헝다그룹의 위기에 대해 별다른 구제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 글로벌 IB, “헝다와 리먼은 달라”

헝다그룹의 위기에 홍콩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이미 여파가 미치고 있지만, 해외 경제매체 및 전문가들은 생각보다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대부분 헝다그룹의 위기가 2008년 리먼 사태처럼 전 세계에 전이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지난 20일 “헝다의 위기가 중국의 ‘리먼 모먼트’가 아닌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중국의 리먼 사태가 될 수도 있는 대규모 디폴트(채무불이행)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티그룹 또한 “몇몇 은행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정책 입안자들이 부채 리스크 해결을 위한 시간을 벌고 시스템적 위기를 방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헝다그룹의 위기와 리먼 사태를 다르게 보는 이유는 중국 정부와 금융시장이 헝다그룹 리스크를 충분해 감당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헝다그룹이 은행에서 빌린 자금은 중국 전체 은행 대출 총액의 0.3%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주택 구입 시 담보대출보다 선불로 집값을 지불하기 때문에, 리먼 사태처럼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해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헝다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란을 부를 만큼 큰 기업이 아니다”라며 “시스템적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는 이상 중국 정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금융자산에 집중된 리먼 브라더스와는 달리 헝다그룹이 토지 등 엄청난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파생상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파산에 이른 리먼 브라더스와는 달리, 헝다그룹이 보유한 토지의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ING에서 아시아태평양 리서치를 총괄하고 있는 롭 카넬은 2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헝다그룹은 대규모 레버리지 포지션을 보유한 헤지펀드나 금융자산 가격이 0으로 수렴 중인 은행과는 다르다”며 “만약 헝다그룹이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만 있다면, 이를 매각해 부채 상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2일(현지시간) FOMC 후 기자회견에서 헝다그룹 위기는 중국에 국한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진=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2일(현지시간) FOMC 후 기자회견에서 헝다그룹 위기는 중국에 국한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진=연방준비제도

◇ 해외로 리스크 전이? 파월 “헝다는 중국 문제”

중국 정부가 중국 경제 전반에 헝다그룹 리스크가 전이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전문 리서치업체 ‘차이나 베이지 북’은 “중국의 은행 및 기업들은 일차적으로 중국 정부의 무기”라며 “국영이 아닌 금융기관조차 다른 국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통제되고 있다. 파산 또한 중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설령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을 직접 지원하지 않더라도, 리스크가 확산될 경우 강력한 개입을 통해 타격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 실제 인민은행은 최근 역환매조건부채권을 통해 시중에 12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설령 헝다그룹 자체가 악화된다고 해도 중국 경제에 단기적 타격으로 작용할 뿐, 글로벌 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헝다그룹의 상황은 신흥국으로서는 과도한 부채를 짊어진 중국에 국한된 문제”라며 “중국 정부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헝다그룹 문제가) 세계 신용 경로 등을 통해 글로벌 금융 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은 직접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으며, 중국 대형은행들도 크게 위험에 노출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물론 헝다그룹이나 중국 정부가 사태 수습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중국 경제는 물론 아시가 전역에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헝다그룹은 아시아에서 고수익·고위험 채권을 대거 발행해왔는데, 헝다그룹 회사채를 구입한 해외 금융기관이 타격을 받아 대출회수에 돌입할 경우 헝다발 위기가 아시아로 확산될 수 있다. 대형 위기의 불씨가 될 수도 있는 이번 사태를 중국 정부가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코리아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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