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플랫폼 서비스가 단순 광고가 아닌 판매 중개행위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진은 카카오페이의 '투자' 서비스 화면.
금융당국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플랫폼 서비스가 단순 광고가 아닌 판매 중개행위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진은 카카오페이의 '투자' 서비스 화면.

금융당국이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서비스를 ‘단순 광고’가 아닌 ‘판매 중개’로 판단하면서,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규제리스크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7일 “최근 일부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서비스를 미등록 중개행위로 판단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가 운영하는 금융플랫폼의 서비스가 금융소비자보호법 상 중개 행위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금융플랫폼에서는 관련 서비스가 ‘단순 광고대행’에 불과하므로 금소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플랫폼 서비스의 목적이 정보제공이 아닌 판매인 점 ▲판매실적에 따라 계약된 금융회사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는 점 ▲소비자들이 금융회사가 아닌 플랫폼과의 거래로 오해하기 쉽다는 점 등을 고려해 금융플랫폼의 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중개로 판단했다. 

금융당국의 판단이 공개되면서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네이버·카카오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실제 네이버는 금융당국 발표 다음날인 8일 주가가 44만4500원에서 40만9500원으로 3만5000원(-7.9%)이나 하락했고, 카카오 또한 15만4000원에서 13만8500원으로 1만5500원(-10.1%) 하락했다. 9일 낮 12시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39만9500원(-2.44%), 12만9500원(-6.5%)에 거래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 카카오, 인허가 획득해 규제리스크 회피할까?

금융당국이 내린 결론은 두 빅테크에 새로운 규제리스크를 안겨줬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요인이 분명하다. 다만 두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전략이 다른 만큼, 금융당국의 판단이 미치는 영향도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의 경우 은행, 보험, 증권, 결제 등 이미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있는 상태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경우 금융당국이 소개한 중개 사례에 대부분 해당된다. 

펀드, 보험 등의 중개를 핵심 서비스로 하는 카카오페이는 최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당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거나 보험업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로 등록하지는 않았다”며 “당사가 인가나 등록이 없는 상태에서 보장성 상품이나 투자성 상품에 대한 대리·중개행위를 하는 경우, 추후 금융당국으로부터 해당 업무 중단 등 시정요구를 받거나 금융 관계 법령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 당사의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위험요인을 명시했다. 금소법 계도기간이 오는 24일 종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가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은 겨우 2주 남짓에 불과하다. 

다만 금융시장에서 직접 ‘플레이어’로 뛰겠다는 카카오의 독특한 금융업 진출 전략은 변수다. 실제 카카오는 은행업 진출 당시부터 직접 인허가를 획득해 사업을 운영해왔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규제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도, 장기적인 사업 운영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8일 금융당국의 지적에 대해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한 펀드판매, 보험대리점(GA)을 통한 보험 비교서비스 등은 필요한 자격 요건을 취득한 후 이뤄진 사업이기 때문에 법률 위반 소지가 없다는 점을 당국에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페이 내에서 이뤄지는 펀드 투자의 경우 카카오페이증권이 증권업 인가를 받아 중개판매를 하고 있으며, 보험 중개 역시 보험대리점(GA)인 KP보험서비스(구 인바이유)를 인수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출 중개의 경우 지난 7월 판매대리중개업자 라이선스를 신청한 상태다. 

◇ 네이버, 사업확장하려면 전략 수정 불가피

네이버의 경우 미래에셋과의 제휴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운영하며 소상공인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친 카카오와 달리 간편결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소법에 따른 증권, 보험, 펀드 등의 중개행위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이 금융플랫폼 서비스를 중개 행위로 판단한 이상 다른 분야의 금융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달리 직접 ‘플레이어’가 되기보다는 ‘중개플랫폼’으로 성장하려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고 관련 금융자회사를 세워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기존 금융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직접 금융사를 만든다고 해서 다 혁신적인 것도 아니고, 더 좋은 서비스를 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기존 금융사와 우리가 각각 잘하는 것을 최적으로 조합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번 판단으로 빅테크에 관련 중개업 인허가를 획득한 뒤 금융소비자가 오해할 소지를 없애고 금융시장에 진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기존 전략처럼 인허가 획득 없이 결제 외 다른 분야의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증권가, "빅테크 규제리스크 우려 지나쳐"

한편 증권가에서는 빅테크 규제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영업수익의 95% 이상이 간편결제인 것으로 파악되며, 그 외 스마트스토어 판매자향 대출 중개 및 소액 신용결제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추세”라며 “증권 및 보험 상품의 중개행위에 대한 규제 영향권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카카오페이의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한 준비를 6개월 전부터 해 온 상황으로, 증권, 보험, 대출 중개에 관한 인허가를 득한 상태로 파악된다”며 “플랫폼 상 금융소비자가 명확히 인지하도록 UI/UX를 개편하고 고지한다면 사업을 영위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 또한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자는 논의는 단기적으로 규제 관련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가치에 부정적일 수 있으나,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 성장성과 영업레버리지 강화의 추세를 막기는 어렵다”며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단순 사업자(Pure player)가 아닌 슈퍼 앱(Super app)으로 성장하고 있어 외부 변화에 따른 영향이 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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