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2021년 8월까지 기준금리 및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 추이. 자료=한국은행, 한국부동산원
2008년 8월~2021년 8월까지 기준금리 및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 추이. 자료=한국은행, 한국부동산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과열된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금리 인상만으로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p 인상했다.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경제 주체들의 차입 비용이 커지고 위험 선호 성향을 낮추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세나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부동산시장의 매수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실제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전히 금리 수준은 완화적“이라며 “이번 조치(기준금리 인상) 하나로 금융불균형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연달아 인상될 경우 ‘영끌’을 통해 주택을 매입하려는 경향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인상만으로 현재의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진정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과거 기준금리 인상 시기 주택가격은 금리와 별개의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2%에서 3.25%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했는데, 같은 기간 한국부동산원 전국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는 78.8에서 82.4로 4.57% 상승했다. 2017년 11월~2018년 11월에는 기준금리가 1.25%에서 1.75%로 0.5%p 인상됐지만, 매매가격지수는 89.6에서 90.7로 1.22% 올랐다. 

반면, 매매가격지수가 하락세를 보였던 2012년 5월부터 2013년 3월은 기준금리가 인하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결과적으로 기준금리 변동과 집값은 일관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통화정책만으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남진 원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019년 발표한 ‘통화량 변동성과 주택가격 변동성 간 관계에 관한 연구’에서 “저금리는 상당한 기간 지속된 반면,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은 최근에 급격하게 일어났다는 점에서 단순히 금리와 서울 주택가격 사이 관계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금리보다는 예상하지 못한 통화량의 변동성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17년 발표한 ‘자산가격경로를 통한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서 “2004년의 경우 금리인상의 충격은 부동산시장과 실물경제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시점으로 올수록 금리인상의 충격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16년에는 금리인상의 충격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실수요자에게는 늘어난 이자보다 대출규제가 더 큰 부담이라며 공급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장기적으로 금리상승에 따른 매수세 완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통화정책 외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 또한 “집값은 정부의 주택정책, 수급 상황, 자산 가격을 향한 기대 등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통화정책 접근도 필요하지만 여러 가지 정부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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