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mija 04, 꽃으로 오다. Mixed media. 64*53cm. 2018.
Hongmija 04, 꽃으로 오다. Mixed media. 64*53cm. 2018.

 

나는 떠나기 위해 문을 열고
그대는 떠나는 사람을 기다리기 위해 
문을 닫는다지만,

등을 보여주는 일은
등을 보는 일보다 힘이 드네요.

짧은 하루하루도
소소한 만남과 이별로 되어 있어서,

속절없이
가고 오고, 오고 감을 반복하지만
둘 다 익숙지 않네요.

그대 두고 먼저 떠나는 날은
내 슬픔보다 
그대 슬픔이 더 클 것인데,

나만의 슬픔에 벅차
짐짓 나는 그대 슬픔을 모른 척하네요.

만남을 위해서라고 이별의 슬픔을 위로하지만, 이별은 이별일 뿐입니다.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며 이별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하지만 간 사람이 다시 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별에 별별 화려한 수식어를 다 얹어도 이별은 홀로 남겨지는 쓸쓸한 일입니다. 

만남의 수만큼 이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별은 항상 익숙하지 않습니다. 

‘속절없이 / 가고 오고, 오고 감을 반복하지만 / 둘 다 익숙지 않네요’.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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