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신청하지 않은 가상자산 거래소 목록. 자료=법무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신청하지 않은 가상자산 거래소 목록. 자료=법무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다수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운영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들은 특금법 상 사업자 신고 기간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만약을 대비해 코인 및 자금을 회수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상자산사업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범부처 특별단속(4월16일~9월30일) 중간실적을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사업자 신고 요건 중 하나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곳은 7월말 기준 21곳에 불과했으며,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42개 거래소 중 24곳은 아예 신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ISMS 인증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정보시스템의 관리적·기술적·물리적 보호조치가 기준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절차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ISMS 인증 획등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금융당국에 가상자산거래사업자 신고를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ISMS 인증을 획득하려면 신청 이후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7월 이후 인증을 신청한 거래소의 경우, 특금법 개정안 시행일(9월 24일) 전까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ISMS 인증만 획득하고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의 경우 특금법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원화거래만 하지 않으면 비원화마켓은 운영할 수 있다. 즉, 가상자산↔원화 거래는 불가능해도 코인 간 거래는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ISMS 인증도 획득하지 못하면 신고 자체가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실제 정부가 이번 ISMS 인증 획득·신청 현황을 공개한 것도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특금법 개정안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ISMS 인증을 신청조차 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만한 상황이기 때문. 만약 이들이 한 달 뒤 문을 닫게 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떠안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ISMS 미신청 거래소는 폐업 시 환불 조치 등의 안내도 하지 않고 있다.

 

3조원대 사기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 브이글로벌이 지난 24일, 오는 9월 10일 영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브이글로벌 홈페이지 갈무리
3조원대 사기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 브이글로벌이 지난 24일, 오는 9월 10일 영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브이글로벌 홈페이지 갈무리

ISMS 인증을 신청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KISA 심사과정에서 탈락할 위험도 있으며, 설령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금융정보분석원(FIU) 심사과정에서 사업자 신고가 불수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거래소의 경우 범법행위로 인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인 만큼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실제 정부 자료에 “수사 중”으로 표시된 거래소 2곳(브이글로벌, 비트소닉)은 불법 행위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중 브이글로벌은 지난 24일 “2021년 9월 10일 오후 6시 브이글로벌 거래소의 모든 서비스 제공을 종료한다”며 “서비스 종료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기간 내 가상자산 출금을 완료해달라”는 공지를 올렸다. 

브이글로벌은 거래소에 최소 600만원을 입금하면 단기간에 3배를 되돌려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자체 발행한 ‘브이캐시’가 정상 코인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시세를 조작하고 허위정보를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브이글로벌 피해자는 9만명, 피해금액은 3.6조원으로 추정된다. 

특금법 개정안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은 자신이 거래 중인 거래소가 실명계좌 발급, ISMS 인증 등의 요건을 갖췄거나 준비 중인지 확인한 뒤 가상자산이나 예치금을 인출하는 등 발빠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당 요건을 갖추고 금융정보분석원에 사업자 신고를 접수한 거래소는 업비트 한 곳 뿐이다. 

정부는 “ ISMS 미신청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하는 이용자의 경우 폐업‧영업중단 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필요한 경우, 사전에 예치금·가상자산을 인출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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