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 뜯어보니 '모호한 기준'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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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안 뜯어보니 '모호한 기준' 투성이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8.2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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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최대 5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이 19일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이 된 일부 조항을 수정했지만,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멈추지 않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은 법안에 반대하며 표결에 불참했고, 더불어민주당 및 열린민주당 소속 위원 9명은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언론중재법 개정의 취지는 언론사의 악의적인 가짜뉴스 보도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정안에는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최대 손해액의 5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정정보도 및 기사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도 보장했다. 

개정안에 대해서는 야당 및 언론계를 중심으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특히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모호하고, 고위공직자 및 대기업 임원 등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자칫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기사열람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 것 또한 언론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17일 일부 내용을 변경한 수정안을 공개했다. 핵심적인 수정사항은 고위공직자 및 대기업을 징벌적 손배 청구대상에서 배제해, 언론이 권력에 통제당하는 위험을 줄인 것이다. 하지만 ▲취재 시 법률 위반 ▲정정보도 미표시 ▲검증 없는 가짜뉴스 인용 ▲반복적 허위·조작보도 ▲기사제목 왜곡 ▲시각자료를 통한 기사 왜곡 등 6개의 고의·중과실 기준은 일부 표현이 수정됐을 뿐 원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열람차단청구권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 때문에 개정안이 일부 수정됐음에도 언론계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관훈클럽·대한언론인회·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7개 단체는 19일 공동 성명을 내고 “언론을 시민의 공적으로 규정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궁극적 피해자는 시민이 될 수 있다”며 “현 정권과 지지자들이 막대한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무기로 언론사를 겁박함으로써 시민의 알권리는 무시되고, 시민의 비판적 목소리는 언론을 통해 대변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수정안의 핵심인 '고위 공직자 및 대기업 임원의 징벌적 손배 청구대상 제외' 또한 해답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정안대로라면 공식적인 직책은 없지만 외부에서 정부나 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의 경우 징벌적 손배를 활용해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최순실씨의 경우 공직자도, 대기업 임원도 아니지만 정부와 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수정안대로라면 최씨도 언론에 징벌적 손배를 청구해 언론의 감시를 회피할 수 있다. 

악의적 허위·조작 보도 또한 6개의 기준이 있음에도 여전히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7개 언론단체 또한 “문체위를 통과한 개정안의 내용 중 징벌적 손해배상의 근거가 되는 허위·조작 보도는 그 개념이 불분명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돼 언론을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언론중재법의 모호한 기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17일 “언론사의 허위보도가 ‘의도적’이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며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해당 법안이 권력자에 대한 비판보도를 침묵시키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민주당은 수정안에 ▲공익침해행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행위 ▲공적 관심사에 대한 언론보도의 경우 배액배상 소송에 나설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열람차단청구 또한 공적 관심사에 대한 보도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적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로 인해 소송 및 열람차단청구로 언론사를 압박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단법인 오픈넷 또한 언론중재법 통과로 인해 언론의 기능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20일 논평을 내고 “이 법안은 폭넓게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규정하고, 원고의 소송 제기 부담은 덜어주고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가 불리한 지위에 있음을 천명했다”며 “이로 인해 언론사에 대한 소송 제기를 더욱 활성화시켜 대다수의 언론이 소송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전반적인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협받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이어 “언론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커지면 위험을 무릅쓰는 언론 활동도 줄어들고, 언론의 사회 감시, 비판, 견제 기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사회 전체의 손해로 돌아온다”며 “언론의 자유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의 알 권리, 사회가 진실을 발견할 기회, 세상을 진보시킬 기회도 희생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코리아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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