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일반 공모주 청약을 통해 배정받은 주식을 상장 첫날 매도하기 위해 주거래 증권사의 MTS에 접속했다. 하지만 접속자가 몰리면서 증권사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 로그인이 되지 않았고, A씨는 원하는 시점에 매매주문을 하지 못해 손해를 보게 됐다. A씨는 증권사에 손실을 보상하라고 요구했지만, 주문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매매의사를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보상을 받지 못했다. 

상반기 금융민원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상반기 금융민원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금융투자업종의 민원만 유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 열풍으로 인한 증권사 전산장애 및 리딩방 등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민원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접수된 금융민원은 총 4만272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197건)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대출 상환 유예 요청이나 사모펀드 관련 민원이 많았는데, 올해 들어 해당 민원이 감소하면서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권역별로는 ▲은행(5875건) -3.8% ▲중소서민금융(7075건) -21.8% ▲생명보험(9449건) -13.1% ▲손해보험(1만5689건) -2.9% 등 금투업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민원이 줄어들었다. 중소서민금융의 경우 재난지원금 관련 민원이 줄어들면서 신용카드 관련 민원(2349건)이 28% 감소했으며 ▲상호금융(699건) -26% ▲대부업(1298건) -19.7% ▲신용정보사(1069건) -15.1% 등도 모두 민원이 줄어들었다. 

반면 금투업종 민원은 463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2%(904건) 늘어났다. 주식 투자 열풍으로 개인투자자 유입이 늘어나면서 관련 민원도 함께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금투업종 민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사 민원은 올해 상반기 2815건이 접수돼 전년 동기보다 20.5%(479건)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펀드·파생상품·신탁 관련 민원이 모두 감소한 반면, 전산장애 민원은 증권사 전체 민원의 39%를 차지하는 ‘내부통제 전산장애’(1102건) 전년 동기 대비 140.1%(643건)이나 증가했다. 

 

상반기 증권사 민원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상반기 증권사 민원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증권사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 급증한 배경에는 올해 상반기를 휩쓸었던 ‘공모주 열풍’이 놓여있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대형 공모주의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업공개(IPO) 시장에 집중되면서, 올해에도 공모주 청약 열풍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80조원이 넘는 청약증거금을 모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우 청약 신청이 폭증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관사 MTS가 마비됐으며, 상장일에도 SK증권의 HTS·MTS에 접속장애 현상이 발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또한 상장 첫날 전산장애가 일어나 미래에셋증권이 피해보상에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SK증권은 상반기에만 무려 1503건(금투협 공시 기준)의 민원이 접수돼 증권사 민원 1위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3배나 늘어난 것인데, SKIET 상장 첫날 전산장애로 인해 민원이 폭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일 전산장애가 발생한 미래에셋증권 또한 37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나 민원이 늘어났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전산장애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혔던 카카오뱅크의 상장 첫날인 지난 6일에는 한국투자증권 MTS가 마비돼 다수의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이미 상반기에 공모주 열풍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예방접종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주식투자 열풍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전산인프라 개선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영업 중인 58개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조1721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전산운용비는 1681억원으로 7.6% 증가하는데 그쳤다. 

증권사의 1분기 순이익 대비 전산운용비 비중 또한 5.3%에 불과하다. 금투업계가 전산인프라 개선을 통해 ‘나홀로’ 민원 증가라는 불명예를 씻고 하반기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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