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IPO(기업공개)를 위한 공모주 일반 청약 마지막 날인 3일 오후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은 뒤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크래프톤 IPO(기업공개)를 위한 공모주 일반 청약 마지막 날인 3일 오후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은 뒤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게임개발사 크래프톤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 게임대장주로 등극했지만,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장을 마감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10일 크래프톤은 시초가 대비 1.23% 상승한 45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크래프톤의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2조1997억원으로 상장 첫날 게임업종 1위는 물론, 코스피 19위(우선주 제외)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크래프톤 주가는 공모가(49만8000원)보다는 8.84%나 낮은 수준이다. 크래프톤은 이날 공모가보다 9.94% 낮은 44만850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개장 2분 만에 40만500원까지 하락한 크래프톤 주가는 6분 뒤 다시 48만원까지 오르며 두 차례나 정적VI(변동성 완화장치)가 발동되는 등 장 초반 롤러코스터를 탔다. 요동치던 주가가 오후 들어 안정세에 들어섰지만, 결국 장중 단 한 번도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의 상장 첫날 부진이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크래프톤은 상장 전부터 고평가 논란으로 잡음에 시달렸다.

크래프톤은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를 비교기업으로 삼았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받고 이를 국내 게임개발사로 교체했다. 공모가 범위도 45만8000원~55만7000원에서 40만원~49만8000원으로 10%가량 하향했지만 여전히 실적에 비해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 때문에 크래프톤의 청약 흥행도 비슷한 시기에 청약을 진행한 다른 공모주에 비해 부진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7월 2주간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2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카카오뱅크(1732.8대 1), SK아이이테크놀로지(1882.9대 1), SK바이오사이언스(1275.5대 1) 등 다른 IPO 대어들이 최소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반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100~200대 1 수준의 다른 대형 공모주보다 현저히 낮은 7.8대 1에 불과했다.

여기에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판매하는 ‘구주매출’ 비중이 전체 공모주 중 35%로 매우 높아 투자자들의 의혹을 산 점, 중국발 게임규제 소식으로 인해 게임주 전반이 하락세를 타게 된 점 등이 크래프톤의 상장 첫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장 전 증권가에서 크래프톤의 성장 전망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주가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KTB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은 지난 6~7월, 배틀그라운드의 게임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 확장성 및 신작 기대감 등을 고려해 각각 58만원, 72만원을 적정 주가로 제시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또한 구체적인 적정주가는 제시하지 않았으나, 크래프톤의 공모가에 대해 “올해 실적 전망치 기준에선 적정하며, 2개의 기대신작 잠재가치를 감안한 내년 실적 전망 기준 시 상당히 저평가”라고 말한 바 있다.

크래프톤이 향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등 주요 지수에 편입되는지도 지켜봐야 할 변수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유동물량 출회로 주가조정 유인도 높지만, MSCI 등 특례편입에는 최악의 상황(상장 T+1일 하한가까지)도 무난할 것으로 평가한다”며 “우리사주 실권과 낮은 기관 확약율은 지수편입 측면에서는 편입확률과 비중을 높이는 유인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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