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공모주 열풍이 계속되면서 증권사 전산장애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청약 수수료를 신설한 증권사들이 투자 열기에 힘입어 쏠쏠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IT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첫날인 지난 6일 주관사 중 한 곳인 한국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개장과 함께 ‘먹통’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카카오뱅크 상장과 함께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접속이 한 시간 이상 지연된 것.

한국투자증권은 접속지연 현상이 해소된 뒤,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 피해를 보상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의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 상장으로 인해 접속자가 몰리는 상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결국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공모주 열풍이 불기 시작한 이후 증권사 HTS·MTS가 먹통이 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81조원의 청약증거금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던 SK아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우 청약 신청자 접속이 몰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관사 MTS가 마비됐고, 상장 첫날에는 SK증권 HTS·MTS에 접속이 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또한 상장 첫날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해 공동주관사 중 한 곳인 미래에셋증권에서 피해보상에 나서기도 했다.

◇ 증권사 전산 인프라 개선에 소홀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다 보니 증권사들이 청약수수료를 신설하면서 전산인프라 개선에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은 지난 6~7월 무료였던 일반 등급 고객의 온라인 공모주 청약수수료를 1500~2000원씩 받기로 결정했다. 대어급 IPO를 앞두고 청약을 유료화한 이들 증권사는 일반 공모주 청약수수료만으로도 수억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온라인 청약 1건당 2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데, 이번 카카오뱅크 청약 건수 87만4665건이 모두 온라인으로 청약한 일반 고객이라고 가정하면 수수료 수익만 17억원이 넘는다. 

 

2021년 상반기 10대 증권사 전산장애 관련 민원건수. 자료=금융투자협회
2021년 상반기 10대 증권사 전산장애 관련 민원건수. 자료=금융투자협회

대형 IPO로 증권사 수익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전산장애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B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10대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민원은 총 1254건으로 이 중 31.7%인 397건이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었다.

전체 민원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1건(△3.2%) 줄어들었지만,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오히려 167건(72.6%)이나 늘어났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에 따른 전산장애의 영향으로 10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375건(전산장애 관련 206건)의 민원이 몰렸다. 10대 증권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SK증권의 경우 SKIET 상장 첫날 전산장애가 발생해 2분기에만 무려 1493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전산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도 아직 미흡한 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 58곳의 1분기 순이익은 3조1721억원으로 전분기(1조3998억원) 대비 2.3배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산운용비는 1568억원에서 1681억원으로 7.6%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체 증권사의 1분기 순이익 대비 전산운용비 비중은 5.3%에 불과하다. 

10대 증권사로 한정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대 증권사의 1분기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123.9%나 증가했지만, 전산운용비는 오히려 2.5% 감소했다. 10대 증권사 전체 순이익 대비 전산운용비 비중은 4.2%다. 

◇ 전산장애 피해보상 받으려면 주문 기록 남겨야

반복된 전산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에 나선 증권사들도 있다. 실제 KB증권의 경우 최근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증설에 44억원, 주전산 등 시스템 증설에 195억원을 투자하고,  동시호가 동시 접속자수 수용인원을 22만명에서 100만명까지 늘렸다. KB증권에 몰린 카카오뱅크 청약 건수는 약 83만건으로 한국투자증권(87만건)과 비슷했지만 상장 첫날 전산장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증권사에 따라 전산인프라 수준이 다른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도 전산장애가 발생할 상황을 미리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증권사 전산장애와 관련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①주거래수단(MTS·HTS) 외 대체주문 수단(지점 및 고객센터 전화번호)을 미리 확인할 것 ②전산장애 발생 시 당황하지 말고 늦더라도 주문기록을 남겨둘 것을 조언했다. 전산장애 발생 당시 매매의사가 있었으며 MTS는 물론 대체주문 수단도 사용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전화, 로그 기록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6일 발생한 전산장애로 피해를 본 투자자가 보상을 신청하면 보상 지급 기준에 따라 검토한 뒤 조치할 방침이다. 보상 신청은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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