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평가받던 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예상과 달리 상승세를 보이며 은행주 1위로 올라섰다. 

상장 첫날인 6일 오전 9시 공모가(3만9000원)보다 37.7% 높은 5만3700원에서 시초가가 형성된 카카오뱅크는 이후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해 결국 상한가인 6만9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따상’에는 실패했지만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면서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은행 대장주'로 등극하게 됐다.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으로 기존 금융주 1위였던 KB금융(21조7052억원)을 넘어섰다. 코스피 전체로 보면 포스코(29조7307억원), 삼성물산(27조52억원), 현대모비스(26조2103억원) 등을 제치고 11위(우선주 제외)에 올라섰다.

카카오뱅크가 공모가 거품 논란 등으로 잡음에 시달렸던 점을 고려하면 상장 첫날 성적은 인상적이다. 실제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 둘째 날인 지난 26일 매도리포트를 내고, “카카오뱅크의 장외시장 가격은 어이없는 수준이며 비교할 가치도 없다”며 목표주가로 공모가보다 낮은 2만4000원을 제시했다.

카카오뱅크 고평가 논란의 핵심은 카카오뱅크를 은행과 금융플랫폼 중 어느 쪽으로 분류하느냐였다. BNK투자증권의 경우 “카카오뱅크는 기존은행과 마찬가지로 이익의 대부분은 이자이익에서 창출되고, 플랫폼을 활용한 비이자이익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향후 공격적인 성공 가정을 감안해도 상장은행 규모 수준의 비이자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목표주가 또한 국내 상장은행이 가장 높은 프리미엄을 받았던 2006~2008년 PER(2.0배)를 적용해 산출했다. 

반면 카카오뱅크를 금융플랫폼으로 판단한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이보다 높게 평가했다. SK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 예상치르 31조원으로 전망하며 ▲카카오 플랫폼의 공유 ▲언택트 금융모델의 메리트 ▲초기의 빠른 증자와 인프라 투자 ▲핵심사업의 적절한 선택과 집중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베스트 투자증권 또한 “현재와 같이 디지털 금융환경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시기에는 확보하고 있는 고객기반과 데이터의 양과 질이 금융회사의 가치를 결정하는 보다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카카오뱅크의 예상가치를 20조원(플랫폼 기업으로 분류 시 27조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금융플랫폼으로서의 잠재성에 무게를 둔 전망치보다도 높은 시총 33조원을 넘어서며, 상장 첫날 금융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재 카카오뱅크 주가에 부여된 프리미엄이 정당화되려면 장기적으로 금융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가 확보한 플랫폼 가치는 향후 주가의 핵심 변수”이라며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가치를 결정짓는 변수는 다양한 수익원 확보 능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카카오뱅크의) 규모가 커질수록 기존 은행과 이익구조가 비슷해지게 된다. 이러한 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사업영역이 플랫폼 사업”이라며 “빠른 고객 증가와 수수료 수입증가가 예상되지만, 그렇다 해도 50배 이상의 PER은 이런 장점과 기대감을 상당한 수준 반영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상장 직후 주가는 긍정적 흐름을 보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은행으로서의 성장성,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감 등을 이미 상당부분 반영한 밸류에이션으로 보인다. 상장 이후 주가가 추세적으로 의미 있게 상승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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